[불안한 서울지하철]上.위기관체계가 미흡하다…기동반 출동장비조차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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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하철 타기가 겁난다.

올들어서만 벌써 32번째 사고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로의 연결 가능성 때문에 시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지하철 사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본다.

서울 지하철이 얼마나 불안한가.

지하철공사 기술간부 4명중 1명은 '승객부상.차량파손이 수시로' , 5명중 1명은 '선로파손.장애, 전기이상이 한달에 1~2번' , 10명중 1명은 '유독가스.폭탄테러.방화.폭우.누수' 도 우려한다 (95.10월 시정개발연구원 조사) . 공사 기술자들 스스로 ▶시설물은 노후돼 가는데 정밀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전문조직이 없고 ▶기관사 경력이 대부분 1~2년밖에 안되며 ▶열차운행을 감시제어하는 종합사령실에 안전관리에 관한 하드웨어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등 서울지하철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 2년. 서울지하철에는 아직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사고건수가 부쩍 늘어 벌써 32건이다.

그 동안 공사가 문제를 알면서도 안전위협요소를 치우는 일에 게을렀다는 증거다.

12일 삼성역내 열차탈선사고가 바로 지하철공사의 차량.위기관리체계의 현주소다.

'제대로 부착돼 있나' 를 매일 매일 점검해야 하는 동력전달장치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불가사의하다" 는 답변이다.

지난 9월 2년에 한번하는 정밀점검을, 사고 이틀전에는 3일에 한번하는 일상점검을 했지만 검수원들은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즘엔 이처럼 공사 기술진이 '알 수 없는 사고' 가 많이 발생한다.

차량 종류가 11종이나 되는데 차량마다 제작회사가 다르다.

부품 호환성이 없는건 물론 유지보수는 특히 어렵고, 예비부품을 많이 확보하느라 예산만 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전선노후화.과부하로 인한 단전 (斷電) , 접속불량으로 신호장애 사고도 자주 일어나지만 위기관리시스템은 원시적이다.

올해 초 시민의 발을 2시간반이나 묶었던 지하철 5호선 영등포역 사고, 8월초 성수역 탈선사고에도 승무원.사령실.차량기술자는 제 각각 허둥대기만 했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지도 못했고, 장비는 물론 조치요령도 미흡했다.

지금도 지하철 1, 2기 사령실은 문제가 생기면 '전화로 연락' 하는 수준이다.

기동검수반의 출동체제도 마찬가지. 영등포역 사고때 기술자는 택시를 잡느라 한참을 허둥댔다.

지하철은 특히 승객이 많은 출근시간대에 고장이 많이 나는데 교통체증을 뚫을 긴급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등 장비조차 없다.

이제 호선별.기능별 지하철 기술조직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

1, 2기 지하철을 한데 묶은 구역을 만들어 기술자를 함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봄직하다.

또 공사는 사고 뒷수습을 항상 수칙개정.교육훈련.처벌강화로 일관하고 있다.

중요사고는 '원인.처리결과.시사점' 을 잘 정리한 위기관리매뉴얼을 만들어 사람이 바뀌어도 재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긴요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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