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81km이상 '바다의 보잉' 초고속 화물선 개발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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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바다의 보잉' 으로 불리는 초고속 화물선 개발 경쟁이 뜨겁다.

초고속 화물선이란 속력이 45노트 (시속 약 81㎞) 급 이상으로 기존 고속 수송선에 비해 두배 이상 빠른 배를 뜻한다.

초고속선 개발에 특히 열을 올리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호주 등으로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달 10일 국내 처음으로 초고속 화물선 시험선박을 제작, 경남 고성 해역에서 성능테스트를 가졌다.

'나래' 로 명명된 이 선박은 이날 최고 19노트 (34㎞) 의 속력을 자랑했다.

이 정도면 기존의 고속선과 비슷한 속도지만 선박 하부의 모양이나 추진체계가 기존 선박과 크게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상용화할 경우 50노트 (시속 93㎞)에 맞먹는 것이라고 개발팀은 밝혔다.

초고속 화물선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 일본의 초고속선 개발 연구조합은 95년 길이 17m의 '테크노 슈퍼 라이너' 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연구조합은 미쯔비시.미쯔이 등 중공업회사들로 구성됐으며 순항속도 50노트급의 대형과 중형 등 두 가지 초고속 화물선 개발이 목표다.

미국은 해군과 '패스트쉽 아틀랜틱' 이라는 선박회사가 공동으로 각각 군용과 민수용 목적의 초고속 화물선 개발에 착수, 최근 8m급의 시험선박을 건조했다.

상용화 경우 예상 속도는 42노트로 일본과 한국의 50노트급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화물 수송량이 1만t으로 한국과 일본 모델에 비해 약 10배 가량 많은 것이 장점이다.

호주는 카타마란선을 화물선으로 변형시키는 식으로 개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카타마란선은 선박 하부가 배 두개를 연결한 모양을 한 선박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여객선 등에서 실용화된 모델. 초고속 화물선 개발이 이처럼 치열한 것은 국제화물수송의 '틈새시장' 물량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형 물량의 경우 컨테이너선이 장악하고 있지만 수송이 느리고 항공수송은 빠른 대신 1회 선적물량이 30t 안팎에 불과하다.

초고속 화물선은 이같은 두 수송시장의 틈을 헤집는다는데 개발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고속 화물선의 목표 설계치인 시속 80~90㎞에 적재물량 1천t~1만t급 이라면 한국~일본, 한국~중국, 인천~부산 등의 화물수송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보잉 여객기 등의 가스터빈과 원리가 같은 물 제트엔진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물 제트는 물이 뿜어내는 힘에서 추진력을 얻는다.

또 부력 (浮力) 과 양력 (揚力) 을 최대로 얻기 위해 물에 잠기는 부분이 적고 모양 또한 특이하다. 그러나 초고속 화물선은 아직 적절한 선체 경량 (輕量) 화 기술개발이 미진하고 다른 배에 비해 조종이 어려워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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