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공부 개조 프로젝트] 강남에서 산골까지 줄 잇는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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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공부 개조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된 아이디 ‘동해’는 청각장애 2급 장애인이다. 사는 곳은 경기도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고2 어머니인 그가 프로젝트 팀에 e-메일로 보내온 사연은 지난달 23일자 중앙일보 1면에 소개됐다. 그는 “현재 K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꼭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열악한 환경에 사는 이 아파트 여러 학생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 한다. 아이에게 희망을 달라”고 말했다. “아이가 선정될 수 있다면 사는 곳, 얼굴이 다 공개돼도 좋다”는 사연은 지난 2주간 신청 e-메일에 파묻힌 프로젝트팀을 가장 크게 감동시켰다.

아이디 ‘작은 연못’은 건설업을 하다 부도를 내 감옥에 가는 등 고초를 겪다가 현재는 한 지방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다. 중·고교에 다니는 아이들 3명을 학원에 보낼 처지가 못 되다 보니 EBS방송을 매일 듣게 하고, e-메일로 영어 일기를 적어 보내게 한 뒤 이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그는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이 전문가 선생님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전체 가족에게 커다란 행복이 될 것 같다”고 적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자녀 교육을 염려하는 부심(父心)이 잘 전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4월 선정자 가운데 가장 교통이 열악한 벽지에 사는 아이디 ‘LEE DAE KYU’는 강원도 정선군 촌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 탄광촌이었던 지역이어서 공부와 거리가 멀고 이곳에 부임하는 선생님도 학업에 열중하지 않는다”며 “막내딸이 많은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고 있으나 성적은 노력에 비해 좋아지지 않아 이렇게 신청했다”고 말했다.

학생 김민제(고2)군은 학생 신청자 가운데 1호다. 프로젝트가 지면에 나온 지난달 18일 새벽 신문을 보고 e-메일로 신청했다. 신청자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봉사활동 기록은 물론 자신의 사진까지 보내 “저를 뽑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프로젝트팀에 접수된 많은 사연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이 얼마나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보여줬다. 사는 곳이 사교육 1번지인 강남에서도, 벽지 산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박재원 행복한 공부 연구소장은 “돈이 없고 못 배운 부모들은 절망에, 돈이 많은 고학력 부모들은 실망에 빠져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공부 개조 프로젝트는 돈과 부모의 학력이 대물림되는 절망의 논리를 깨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재 신청자 대부분이 프로젝트 팀으로부터 e-메일로 회신을 받았다. 또한 신청자 가운데 상당수가 설문지를 작성해 프로젝트팀에 제출한 상태다. 설문지를 제출한 신청자는 현재 대기 중이다.

문제는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대상자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프로젝트팀은 이러한 이유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해 사이트를 통해 공부 개조를 원하는 학생과 전문가, 대학생 등 멘토를 상시 연결하려 한다.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학생·학부모 풀과 전문가 풀을 서로 연결하는 ‘매칭(matching)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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