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아저씨? 우리 선생님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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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초와 60사단 권율부대가 협력, 우수 장병들을 교내 방과 후 학습 선생님으로 활용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이재승 일병, 배태한 상병과 행주초 5·6학년 학생들.

(사진)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ykooo@joongang.co.kr

군(軍)·학(學) 협동학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권율부대와 행주초(교장 문병하)가 손을 잡고 학생들에게 방과 후 학습을 제공하고 있는 것. 영어·수학에 능통한 우수 장병들이 교육현장에 참여해 군의 이미지 개선 및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준별 학습·무료 수업으로 호평
 ‘군인 아저씨’가 교실에 들어서자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정숙해진다. 잘 다려진 군복과 모자. 교실에선 낯선 모습이다. 쭈빗대던 아이들은 ‘군인 선생님’이 모자를 벗고 웃으며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자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권율부대 배태한(28) 상병은 준비해온 건빵과 사탕을 아이들에게 건네며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배 상병은 14살에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떠나 생활하다가 자원입대했다. 군 생활을좀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방과 후 학습에 참여했다는 배 상병은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한국문화도 잘 이해하고 있어 정서적으로도 아이들과 잘 통한다”고 밝혔다.

 수학을 가르치는 이재승(24) 일병은 인하대 수학교육과를 다녔으며 군 입대 전 과외경험이 풍부하다. 유년시절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환경이 그로 하여금 방과 후 학습에 참여하게 했다. 이 일병은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군부대가 참여하는 방과 후 학습은 매주 수·목요일에 이뤄지며 교재비를 제외하곤 모두 무료다.

 행주초 강별(6년)양은 “처음엔 군인아저씨의 모습이 낯설고 무서웠지만 친절하게 진행해 주셔서 이젠 수업이 재미있다”고 귀띔했다. 김윤옥(행주초 6년)양은 “수준별 학습이 이뤄지고 숙제도 있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행주초 문병하 교장은 “행주초는 전교생 6학급·68명의 작은 학교로 인근 지역이 그린벨트나 문화재보전지구·자연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도심 학교와 달리 학원및 사교육 인프라가 없어 자녀교육에 관한 학부모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군부대의 협조로 한 시름 덜고 있다”고 소개했다.

 행주초는 군부대와 협의를 통해 향후 태권도 등 체육활동으로 과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율부대 박경인 중사는 “국방 만이 군인의 몫은 아니다. 주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활동이 다른 학교와 부대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보·역사교육도 병행 
 행주초는 행주산성 자락에 위치한 학교 지리적 특성에 착안, 군부대 장병들을 활용해 안보와 역사교육도 함께 병행할 계획이다. 문 교장은 “국난극복의 행주얼을 후손 학생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 행주얼 국난극복체험관을 6억5000만원을 들여 4월경에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며 “체험관과 군부대 장병을 활용, 고양시 대표적 민족정신 계승학교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털어놨다.

 국난극복 체험관은 문 교장이 경기도 교육감과 고양시장을 설득, 예산을 지원받아 건립하게 됐으며 당시의 의복을 포함, 각종 역사 유물전시와 전쟁 상황 재현 물품, 행주치마 체험 등 다채롭게 운영될 계획이다.


프리미엄 이형열 기자 yeol7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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