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어려운데 또 하투(夏鬪)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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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그동안 낙관론을 펼치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마저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이런 판국에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은 본격적인 하투(夏鬪)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29일을 2차 총력투쟁일로 정한 가운데 자동차 노조가 이번주에 부분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고, 서비스연맹.화학섬유연맹 등도 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 측은 고용 안정, 임금 보전 등 이런저런 사유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차, 3차 총력투쟁일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꼭 동원해야만 하는 상황인지, 파업으로 얻게 될 결과가 무엇인지 노조 측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사용자 측도 왜 해마다 파업으로 몰려갈 때까지 노사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총력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5대 요구사항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라크 파병 철회와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위해 파업한다는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도 노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점진적으로 풀어나갈 문제이지, 파업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근무조건, 즉 임금보전 문제는 진작부터 예상됐던 일인데 무엇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최근 독일 지멘스 노조는 일자리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임금을 올리지 않은 채 근로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사상 최대의 이익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몇년째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있다. 다른 나라 노사는 이렇게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보전을 위해 상생(相生)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우리만 언제까지 노사분규에 시달려야 하는지 안타깝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우리 경제의 앞날이 보이지 않게 된다. 노사 모두 밖을 내다보고 정신차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