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 정신질환자들 직장 적응 일단 합격…용인정신병원 직업재활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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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회사에 정신질환자 (?) 를 보내주세요. ' 섬뜩한 얘기같지만 실제 용인지역 몇몇 중소기업인들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자주 이같은 사정을 말한다.

3D와 저임금을 기피하는 극심한 구인난 속에 이들 환자들이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보배' 이기 때문. 화장품용기 임가공을 하는 S산업 윤종운 (44) 사장. 그는 95년말부터 정신질환자를 고용하기 시작, 지금은 13명중 10명을 이들로 대체했다.

"정상인들은 잔업을 싫어하고 결근율이 높아 물건을 제때 납품하기 어려웠다" 는 그는 "환자들은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성실하기 때문에 이들을 채용하고부터 계획성 있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고 말한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것은 경기도 용인정신병원의 직업재활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 91년부터 만성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어온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방치.감금으로 일관했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완치개념의 서구형 치료법. 대상자는 증상이 안정되고 작업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정신과의사.간호사.임상심리사.사회복지사등 5~6명의 재활팀에 의해 원내 보호작업과 사회기술.직업기술훈련을 받고 직장에 배치된다.

가고용단계인 병원통원 취업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고용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6~9개월. 이후에도 병원은 일정기간동안 사회적응 평가와 상담, 핫라인 전화등을 통해 환자들이 자립하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준다.

따라서 지금까지 일반인이 우려하는 직장내 갈등이나 사고는 전무한 상태. 용인정신병원 이충신기획실장은 "정신질환자의 궁극적인 재활은 직업을 통한 재정적 자립이어야 한다" 며 "그러나 이들을 사회복귀시키는데는 많은 인력과 재정이 필요한만큼 정부에서 재활환경을 조성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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