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내가 못 쳤다기보다는 웹이 너무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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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는 30일(한국시간) 열린 J골프 피닉스 LPGA 인터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2위를 차지해 상금 13만9583달러를 받았다. 신지애가 LPGA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 참조>


카리 웹(호주)에게 역전을 허용하면서 우승은 놓쳤지만 신지애는 여전히 밝은 표정이었다.

“내가 못 쳤다기보다는 웹이 너무 잘했다. 어제에 이어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 감각이 무척 좋았는데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수 차례 버디 찬스에서 퍼터를 당겨 치는 바람에 추격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쉽긴 하지만 이번 주 내내 경기를 재미있게 즐겼다는 데 만족한다.”

35세의 베테랑 카리 웹과 스물한 살 새내기 신지애의 맞대결은 ‘지는 해’와 ‘뜨는 해’의 격돌처럼 보였다. 그러나 웹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웹은 LPGA투어 14년차의 관록을 앞세워 2006년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거뒀다.

웹은 5번 홀(파4) 버디에 이어 6번 홀(파5·513야드)에서 두 번째 샷 만에 핀 4m 거리에 공을 붙인 뒤 이글을 성공시키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때까지 6개 홀에서 파세이브에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한 신지애는 웹에게 2타 차로 뒤졌다.

신지애는 이후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전날 25개에 불과했던 퍼팅 수가 이날은 30개나 됐다. 신지애의 뒤를 따르던 아버지 신재섭(49)씨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신지애는 9번 홀에선 1.2m 거리의 버디 퍼팅을 놓쳐 동타의 기회를 날려 버렸고, 15번 홀에선 2m 거리의 파 퍼팅에 실패하면서 타수를 줄이기는커녕 하나가 늘어났다. 사흘 연속 버디를 잡아냈던 16번 홀(파4)에서 1.2m 버디 퍼팅을 놓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지애가 마지막 날 선두로 출발하고도 역전 우승을 허용한 것은 지난해 10월 일본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래도 신지애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9번 홀과 15번 홀 퍼팅이 아쉽긴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는다. 준우승만도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신지애는 이어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해 18번홀 그린 주변의 연못에 뛰어들고 싶다”고 말한 뒤 골프장을 떠났다.

한편 김송희(21)가 합계 9언더파로 6위에 올랐고, 지은희(휠라코리아)와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1)이 공동 7위(합계 8언더파)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 5명이 톱10에 올랐다.

피닉스=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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