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양지로', 윤락가에서 문화의 거리로 …윤락업소 지역사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일명 '자갈마당' 으로 불리는 대구시중구도원동3번지. 불경기로 최근 윤락녀가 전성기의 절반 수준인 3백명선으로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국규모의 홍등가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서울지역의 살벌한 분위기와 달리 아직은 평온한 상태. 중부서 관계자는 "언젠가는 폐쇄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고 말했다.

중구청 역시 식품위생업소가 아닌 윤락업소에 행정조치를 내릴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으며 대구시 차원에서도 방안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갈마당에 대한 당국의 이같은 태도와는 달리 대구에서는 지난해 이미 윤락가와의 전쟁에서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표구사와 화랑등이 들어선 문화의 거리 '양지로' .80년대 중반 남구대명7동 계명대 뒷편에 형성되었던 양지로 윤락가는 한때 1백20여개 업소가 흥청거리며 자갈마당과 쌍벽을 이루었다.

자갈마당이 전용윤락가라면 이곳은 술.나체쇼.윤락행위가 뒤섞인 복합윤락가로 유명했다.

남구청 관계자들은 지금도 "양지로의 변신은 전쟁이었다" 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시작된 업주와의 싸움이 무려 6년만인 올해 봄에야 끝이 난 것이다.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낸 터라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접대부를 고용한 곳은 가차없이 허가를 취소하고 출입구를 봉인하는 고사작전으로 밀어부쳤다.

또 수백명의 구청 직원들이 밤마다 문전단속을 벌였는가 하면, 건물주에게는 계약만료후 술집업주와 재계약할 경우 함께 처벌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으며 건전영업으로 유도했다.

결국 올해초 마지막까지 버텼던 5개 업소가 문을 닫음으로써 전쟁이 마무리됐다.

양지로의 경우는 윤락가 폐쇄의 어려움과 함께 행정당국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대구 =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