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윤락가 실태와 지방자치단체 및 검.경찰의 대응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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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당국이 벌이고 있는 '홍등가와의 전쟁' 으로 서울 지역의 윤락가가 잇따라 폐쇄되고 있는 가운데 일시에 쫓겨난 윤락녀들의 지방 유입이 늘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들어 규모가 축소되고 있던 지방 윤락가가 다시 대형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방 윤락가의 실태와 지자체및 검.경의 대응방안을 알아본다.

지난 4일 오후11시 광주시동구금남로5가.

20대 초반의 아가씨 7~8명이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행인들을 붙잡는다.

포주로 보이는 30대 여자는 아예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호객행위를 돕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초 서울.인천지역에서 단속을 피해 내려온 신입 윤락녀들. 인근 주택가에 자리잡은 S여관등이 이들의 영업장소다.

이곳에서 몇년째 펨푸생활을 하고 있는 金모 (40.여) 씨는 "서울에서 쫓겨온 포주들이 방을 구하지 못해 여관에 투숙하면서 아가씨들을 관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대인동파출소에 지금까지 한달에 1~2건에 불과하던 시민 신고전화가 10월 이후에는 매주 3~4건으로 급증했고 윤락행위와 관련해 즉심 또는 형사입건된 경우도 종전 1~2건에서 10월에는 5건으로 늘어난 것도 지방윤락가에 일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말해준다.

최근까지 전국 주요도시에 산재한 윤락가들은 규모가 축소돼가는 추세였다.

대표적인 윤락가인 부산 완월동의 경우 3년전에 2천5백여명에 달했던 윤락녀가 현재는 8백70여명으로 크게 줄었고, 대구 자갈마당도 최근 3백여명이 남아 종전의 절반 수준이다.

마산시 신포동 윤락가도 2백~3백여명에서 50여명으로, 진주시 역전윤락가도 이제는 20여명의 윤락녀가 남아 있을 뿐이며 춘천.원주등 강원지역 윤락가도 대부분 70~80명 수준을 넘지못하고 있다.

또 교통요지로 윤락여성의 이동이 심한 대전의 경우도 원동.중동 일대에 80명 정도의 소규모 윤락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등 전국 주요도시의 윤락여성 숫자가 최근 몇년사이에 감소현상을 보여왔다.

윤락가 주변 행정관청 관계자들은 "성개방 풍조, 장기적인 불황등와 함께 여관.목욕탕.이발소등으로 윤락장소가 다양화되면서 고객이 감소, 집단윤락가도 사양길을 걷고 있다" 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지역 윤락가가 잇따라 폐쇄되면서 생활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윤락녀들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극심한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룸살롱.단란주점등 유흥업소 종업원들까지 가세해 지방 윤락가가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여곳이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광주 대인동윤락가의 경우 서울등지에서 윤락녀들이 유입되면서 최근 두달사이에 매매춘 집만 20여곳 이상으로 늘면서 거리에서 호객하는 아가씨들이 눈에 띠게 많아졌다.

광주 대인동파출소 관계자가 "최근 윤락녀들이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신고전화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 이라고 호소할 정도다.

지역특성상 외지 매춘여성이 많은 제주도 역시 최근 '전국의 미시족이 다 모였다' 는 내용의 전단이 나도는등 20~30대 외지 윤락여성이 급격히 늘어나 경찰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전의 경우도 최근 음성적인 윤락행위가 급증하는 추세가 심상치않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분석이며 부산지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지역의 윤락녀들이 지방으로 옮겨온다는 정보가 있어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고 밝혔다.

광주동구대인동 주민 최모 (46) 씨는 "버스터미널이 옮겨진뒤 상가들이 늘면서 사창가라는 오명을 벗어던지는가 싶더니 다시 윤락녀들이 몰려들고 있다" 며 관계기관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달리 지방검.경과 지자체등은 '미성년자를 고용한 윤락가에 대해서만 폐쇄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 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는 실정. 전주북부경찰서 이내연 (李乃淵) 서장은 "윤락행위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재취업등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속할 경우 윤락녀들이 주택가로 파고들 우려가 있다" 며 강경대책에 난색을 표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도 "완월동의 경우 학교주변 정화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인신매매나 미성년자 윤락등의 범죄가 아니면 어떤 조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해당관청들 역시 상당수의 윤락가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낸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단속근거가 없다는 주장만 펴고 있다.

그러나 윤락가 인근 주민들은 "현재처럼 서울에서는 윤락가를 폐쇄하고, 지방에서는 방치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윤락가만 커지는 것 아니냐" 며 집단민원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특히 전국적인 공조체제 없이 특정지역만의 단속이 심화될 경우 지방 집단윤락촌의 구조개편 뿐만아니라 윤락행위를 다양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전지역의 경우 집단윤락촌은 사양길인 반면 증기탕.목욕탕.이발소는 물론 심지어는 식당까지로 윤락행위를 일삼는 업소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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