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돌아온 이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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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은 홍매화가 다 피었네.”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앞에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서울 구산동 자택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에게 지난해는 ‘겨울’이었다. 2007년 경선 때부터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은 결국 그의 낙선으로 이어졌다.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으나 권력 갈등으로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지난해 5월 “세계의 눈으로 대한민국을 보고 오겠다”며 자천타천으로 도미해야 했다.

그런 그가 10개월 만에 귀국했다. 28일 밤 일본을 거쳐 홀로 귀국했다. 공항엔 비서 외엔 출영객이 없었다. 그는 첫날 밤을 경북 영양의 고향 집에서 묵었다. 그러곤 선산과 경기 용인의 김수환 추기경 묘소를 참배한 뒤 귀가했다.

그는 “10개월간 수양을 하니 떠날 때와 달리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또 “당분간 현실 정치는 현역들에게 맡기고 현역들의 눈길이 안 미치는 나라의 미래와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편안하게 할 방안들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한 귀국’에 대해선 “유력 인사들이 외국에 나갔다 공항에 들어올 때 사람들을 동원하는 건 허비”라며 “나 스스로 그런 공항 정치의 구태를 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귀국한 소감은.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좋다. 젊을 때야 잘 모르지만 나이 들어 미국에서 혼자 사는 게 편했겠나. (평생 없던) 운전면허를 딴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보고 오겠다고 했는데.

“귀국 직전 실리콘밸리에 가니 이 위기에 중국은 석유자원에 이어 정보기술(IT) 기업을 사들이더라. 나라 형편이 이편 저편으로 나뉘어 싸울 때가 아니다. 50년 뒤 한국의 미래를 두고 고민하는 기회가 됐다. ”

-앞으로 계획은.

“통일 한국의 위상에 대해 연구 하고 ‘나의 꿈, 조국의 꿈’이란 제목의 책을 쓸 계획이다.”

-당내에선 친이계 구심점이 될 거란 기대도 있다.

“현실 정치는 현역들이 잘하실 거다. 국회나 당, 정부에 이러쿵저러쿵하는 일은 없을 거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귀국 인사를 할 계획은.

“앞으로 인사할 자연스러운 계기가 생길 거다. 계기도 없는데 인사를 가면 의도적이라고 오해 받지 않겠나. 나는 과거는 모두 잊었다. 과거에 발목 잡힌 사람은 미래가 없다.”

그의 귀국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나라가 조용하길 바란다면 화려한 부활을 국민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 친박 진영은 “할 말 없다”는 반응이 주류였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효식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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