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처음 마주치는 상품, 국가 이미지 좌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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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22면

화장품은 인류의 문화 발달과 함께했다. 미(美)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다. 누구나 젊어지고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화장품은 그런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그런데도 화장품을 사치품, 또는 없어도 되는 물건쯤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몸을 철저한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여겼던 조선시대의 유교 사상, 남성 중심 사회 등의 영향 때문이었을 게다. 그러나 최근 화장품은 여성, 특히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침은 걸러도 화장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진다.

왜 화장품산업인가

게다가 화장품은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한다. 생각해 보라. 어느 나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어김없이 거쳐야 하는 곳은 공항,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공항 출입국장에는 화장품 광고가 즐비하고,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화장품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해 이제는 어느덧 시장 규모가 10조원(소비자 판매가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은 천연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산업 중 하나다.

이러한 화장품 산업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선택과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만의 특성이 있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개발,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및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이미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한방 화장품을 전 세계인에 맞게 업그레이드해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면 화장품 산업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간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전체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23%에 불과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는 세계의 53%를 차지한다. 향후 최대 수출 시장이 아시아·태평양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이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산업의 전망은 밝다. 문화 한류의 효과로 ‘한국=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현지인들에게 각인돼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품질 개선 노력과 브랜드 마케팅에 조금만 힘을 쏟으면 현재 전체 생산액의 7%에 불과한 화장품 수출 규모는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고도화와 기업 간 협력 증진이 필요하다. 500여 개 화장품 제조업체 가운데 상위 4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3분의 2에 달한다. 영세한 규모로는 세계 시장 진출이 아무래도 어렵다. 중소기업 간 활발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화를 준비해야 한다. 또 관광 산업과 연계한 화장품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전략이다. 이는 지방 도시 육성 전략과 한국 브랜드 이미지 증진과 맞물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것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닐 것이다. 

화장품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신성장동력 산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화장품 업계 종사자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덧붙여 화장품 수출 산업화를 위한 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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