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프로그램서 또 세계新 김연아 “내 점수에 나도 깜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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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16면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28일(한국시간)은 ‘피겨 퀸’ 김연아(19·고려대)의 날이었다. 김연아는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첫날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 43.40점에 예술점수 32.72점을 얻어 합계 76.12점을 기록해 출전자 53명 중 중간순위 1위에 올랐다. 자신이 2009년 4대륙대회에서 기록했던 역대 여자 싱글 최고기록(72.24점)을 무려 3.88점 경신한 신기록이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세계 최고기록(133.70점)도 갖고 있다.

LA 피겨 세계선수권

김연아의 이날 기록은 2위 조애니 로셰트(캐나다·67.9점)에게 8.22점 앞선다. 트리플 러츠와 스핀 등에서 부진해 3위로 밀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66.06점)에게는 10.06점이나 앞선다. 29일 오전 8시 시작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평소 기량만 발휘한다면 우승은 무난할 전망이다.

4대륙대회에 이어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김연아는 “경기마다 심판들의 기준이 달라 예상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4대륙대회 때와 비슷한 점수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라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늘 점수는 잊고 내일을 준비하겠다. 이 느낌 그대로 프리스케이팅까지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지난 10월부터 조절해 온 컨디션이 절정에 달했다. 그래서인지 링크에 들어선 김연아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큐빅이 박힌 검은 의상을 입고 링크에 들어선 그는 배경음악인 ‘죽음의 무도’가 흐르자 예의 강렬한 눈빛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첫 점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연속 3회전) 점프(기본점 9.5점)를 깔끔하게 성공, 0.6점의 가산점을 챙긴 김연아는 이어진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 점프(기본점 6.0점)에서도, 세 번째 점프인 더블 악셀(기본점 3.5) 점프에서도 각각 1.6점과 1.2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세 차례의 점프를 완벽하게 마무리한 김연아의 연기는 후반 절정에 올랐다. 올 시즌 연습을 거듭한 레이백 스핀과 플라잉싯 스핀, 체인징 콤비네이션 스핀 등 모든 스핀에서 최고인 레벨4를 받았다. 김연아의 높은 점수의 원동력은 심판들의 ‘예술점수’였다. ‘점프의 교과서’라는 별명이 붙은 김연아는 4대륙대회에서 40점대 기술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트리플악셀(공중 3회전 반) 같은 새로운 점프에 도전하지 않는 한 여기서는 점수를 더 추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예술점수라는 변수가 있었다.

지난 4대륙대회 신기록 작성 때 30.04점이었던 예술점수가 32.72점으로 뛰었다. 5개 예술 평가 요소 중 3개 부문에서 8점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스케이팅 스킬’ 항목에서는 8.45점을 받았다. 김연아 외에는 예술점수 8점대를 받은 선수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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