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총재,왜 이회창총재와 손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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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대대상을 놓고 장고 (長考) 를 거듭하던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는 5일 결국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를 선택했다.

趙총재는 이같은 '2자 연대결심' 을 이미 지난 주말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회창.이인제후보와의 연쇄접촉을 통해 3자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입각한 것이다.

두 李후보중 누구를 선 (先) 연대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를 놓고는 참모진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달 31일 趙총재가 수행원까지 따돌리고 서울시내 모처에서 가진 측근회의에서는 '이인제측 2명, 이회창측 1명, 단독출마 1명' 으로 오히려 李전지사측이 우세했다.

이어 1일 趙총재의 두아들과 특보등 참모회의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고 趙총재는 "양측 의견은 잘 들었다.

조만간 내가 결정할테니 그에 따라달라" 고만 했다.

솔직히 趙총재도 DJP연합을 깨기 위한 '가능성' 면에선 李전지사가, '구태정치타파' 와 정서적인 면에선 이회창후보가 자신과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석에서는 "참으로 딜레마야…" 라는 말도 많이 했다.

그러나 결국 趙총재는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하기 위해선 뜻이 맞는 쪽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도덕성' 을 중요시하는 趙총재 입장에선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는 일이 있더라도 경선불복등 민주주의 원칙을 버린 李전지사와 같이 정치를 해나가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趙총재는 국민신당이 청와대로부터 창당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이인제 = YS' 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현 상황이야말로 자신과 이회창후보가 손을 잡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호기 (好機) 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른바 '반3金 후보단일화' 라는 명분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측으로부터도 '양해' 를 구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정구 (諸廷坵).이부영 (李富榮) 의원등은 국민신당쪽으로의 이탈가능성도 있다.

신한국.민주 양당은 DJP연합의 경우처럼 야합 (野合) 으로 비춰질 것을 고려, 당 대 (對) 당 통합의 형식을 취하는 한편 일단 선언적으로 합당을 공표하고 법적절차는 대선이후 밟아나가는 수순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趙총재의 '결단' 에는 이회창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93년 서해페리호사건 때를 즈음해 당시 감사원장으로 재직중이던 이회창후보가 한은총재직에서 물러나 있던 趙총재를 초대해 "나라가 걱정이다.

우리가 얼마나 공직에 머무를지 모르나 역사앞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자" 며 의기투합했던 기억을 지난달 27일 양자회동에서 재확인했다고 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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