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소환 통보 무의미” PD수첩 수사 초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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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검찰이 26일 MBC ‘PD수첩’ 제작진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전날 체포한 이춘근 PD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이날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PD수첩의 PD 네 명과 작가 두 명의 집에 수사관을 보냈다. 수사관들은 가족이 문을 열어 준 집에서는 컴퓨터와 프로그램 제작 관련 문서들을 압수했다.

수사팀은 체포한 이 PD를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지난해 4월 29일 방영)에서 사실을 왜곡해 방송했는지를 조사했다. 이 PD는 전날 오후 10시30분쯤 서울 마포대교 남단 부근에서 부인과 함께 승용차에 타고 있다가 체포됐다. 검찰은 김보슬 PD 등 다른 제작진도 체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김 PD 등은 MBC 사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제작진이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MBC에 원본 취재 동영상 제출을 요구했다. 수사팀은 MBC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을 통해 강제로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제수사 배경은=검찰은 25일 오전 11시40분쯤 법원에 체포영장 청구서를 접수했다. 제작진에게 통보했던 출석 요구 시간(오전 10시)에서 한 시간여 지난 시점이었다. 수사팀은 제작진이 지난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더 이상의 소환 통보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 등이 이달 초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체포영장 청구에 법적 문제가 없어진 것도 고려됐다.

핵심 수사 대상자인 김보슬 PD가 다음 달 중순 결혼식 날짜가 잡혀 있는 점도 강제 수사를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날짜에 임박해 체포할 경우 비난 여론이 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었다. 수사팀은 다음 달 29일로 ‘미국산 쇠고기’편이 방송된 지 1년이 됨에 따라 다음 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방송 내용 중 ‘다우너(앉은뱅이)’소를 광우병 걸린 소로 표현하거나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로 말한 것을 ‘vCJD(인간광우병)’로 자막에 표기하는 등 사실에 대한 왜곡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엔 빈슨의 주치의에게서 “(PD수첩으로부터) 아레사 빈슨과 관련해 어떠한 질문을 받거나 대답을 한 적이 없다”는 e-메일 답장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병두 1차장검사는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게 된 것이 의도적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 제작진이 방송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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