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영화속 소품, 알고보니 오르세 미술관 진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를 들고 스튜디오를 찾는다. 감정사의 날카로운 눈빛 속에 ‘골동품’의 가격이 측정된다. 색 바랜 병풍이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쓰임새를 몰랐던 호리병이 수억대 화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일요일 아침 ‘TV쇼 진품명품’은 일상의 허드레 물품이 고가의 문화재로 재평가되는 ‘생활의 발견’을 중계한다.

최근 주연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내한하면서 관심을 모은 영화 ‘여름의 조각들’(사진)은 프랑스풍 ‘진품명품’이라 하겠다. 19세기 미술 애호가였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세 남매는 살던 집과 유품을 정부에 기증하거나 경매로 처분한다. 각각의 가치가 매겨지고, 일부는 인상파 소장품으로 이름난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다. 영화는 야생화를 꽂아두던 꽃병과 청소도구함으로 썼던 장식장을 진지하게 견학하는 학생들을 비춘다. 개개인의 추억을 생략한 채 차가운 예술품으로 재등장한 유품은, 박물관이라는 근대 공간을 되돌아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은 실제 ‘작품’들. 폴 베르티에라는 가상의 작가를 제외하고, 루이 마조렐의 마호가니 책상과 펠릭스 브라크몽의 꽃병, 카미유 코로의 풍경화 등은 모두 오르세의 소장품이다. 1986년 개관한 오르세는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옴니버스 영화를 기획했지만 무산됐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기획이 아깝다고 생각해 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전시실과 복원실이 영화에 담길 수 있었던 것은 오르세의 각별한 배려 덕이었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