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핀 '아름다운 희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강에 투신한 20대 여성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든 청소년이 안타깝게 숨졌다.

25일 오전 8시5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하팔당 삼거리 한강변 강둑에서 산책 중이던 신성근(18)군과 윤모(41)씨가 허우적거리며 강물에 떠내려 가던 배모(20.여)씨를 발견,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10여m를 헤엄쳐 들어간 신군은 배씨를 붙잡아 강변으로 끌고 나오다 탈진해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신군은 오전 10시15분쯤 50여m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군 덕분에 떠내려가던 것을 멈춘 배씨는 마침 현장을 목격한 주민 윤모(44.식당주인)씨가 던진 밧줄을 잡고 구조됐다. 배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군과 함께 뛰어들었던 윤씨는 급류에 질려 초기에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와 화를 면했다. 사고 지점은 1㎞ 상류에 있는 팔당댐에서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 중이라 평소보다 수량이 많고 물살이 거센 상태였다.

배씨를 구조한 윤씨는 "급류 속으로 몸을 던져 익사 직전의 여성을 구해내고 변을 당한 신군의 용기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배씨가 남자친구와의 결별, 가정문제 등을 비관해 이날 오전 8시쯤 자살하기 위해 한강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군은 지난달 초부터 인근의 유니언 애견훈련학교에서 숙식하면서 낮에는 애견 훈련 실습을 하고 밤에는 방송통신고등학교 수업을 들으며 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이날도 강변에서 애견을 산책시키던 중 배씨를 보고 뛰어들었다. 유니언의 김동우(35)사장은 "'장래의 꿈이 애견 전문가'라며 열심히 일을 배우는 활발하고 심성이 착한 직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신군의 가족으로는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아버지(48.회사원), 어머니(48)와 누나(21.대학 3년)가 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