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개물' 동양 과학전통과 저력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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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2억 인구의 중국은 21세기 초강대국으로 곧잘 거론된다.

엄청난 시장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지배할 것이란 예측이다.

명나라말 지방관리였던 송응성 (宋應星) 이 지은 '천공개물' (天工開物) 은 중국이 지닌 잠재력의 또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崔炷옮김.전통문화사刊) .지금까지 거론된 인구나 시장규모가 아니라 과학의 깊은 전통과 저력을 실감케 해주는 책이다.

곡물재배법.누에치기.직조.염색.제염 등 주로 농업과 관련된 기술을 다룬 상 (上) 과 벽돌.도자기제조기술, 구리.철 주조법, 수레.선박 제작법, 제지술등을 논한 중 (中) , 활.화약제조법, 먹.안료제조법 등 공업기술을 담은 하 (下) 등 3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백23개의 그림을 곁들여 모두 18개 분야의 생산공정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과학 원리와 연대를 되짚다보면 17세기 무렵 중국의 농업.공업 기술이 이룬 눈부신 발전이 유럽보다 훨씬 앞섰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무쇠를 녹여 탄소를 연소시키고 강철을 뽑아내는 기술은 유럽보다 무려 1백여년이나 앞섰으며 유기 인산비료와 석회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곡물의 품종개량에 이론적 근거가 되는 변이 (變異) 도 유럽보다 1백20여년 앞서 이론화됐으며 질량보존법칙도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보다 1백30여년전에 발견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들어 있다.

조선의 실학자 이규경이 19세기 초에 쓴 과학기술서적 '오주서종박물고변' (五州書種博物考辨)에도 '천공개물' 의 내용이 곳곳에서 인용된다.

이런 사실만 봐도 이 책은 우리나라의 전통기술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만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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