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정세균, 기로에 선 13년 ‘정치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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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덕진 재선거 후보 공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동영(56) 전 통일부 장관과 정세균(59) 민주당 대표.

두 사람은 순창(정 전 장관)과 진안(정 대표) 출신으로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인연도 남다르다. 1978년 정 전 장관은 MBC 기자로, 정 대표는 쌍용그룹의 샐러리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96년 15대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으로 나란히 당선, 정계 입문도 같이했다. 이후 두 사람은 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으로 함께 말을 갈아타며 13년간 한길을 걸었다.

또 정 전 장관은 2004년과 2006년, 정 대표는 2005년과 2007년 각각 두 차례씩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다. 장관직도 정 전 장관이 2004년 통일부 장관, 정 대표가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한 역정도 비슷하다. 정 전 장관은 모친이 재봉틀로 아동복을 만들어 판 돈으로 학교를 다녔다. ‘진촌’(진짜 촌놈)이란 별명을 가진 정 대표도 하루 세끼를 때우기 힘든 형편 탓에 검정고시로 고교에 진학해야 했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서로 ‘선배’ ‘정 장관’이라 부르는 친한 사이다. 16대 국회에서 ‘바른정치모임’을 만들어 정풍운동을 함께했다. 또 17대 국회엔 “당과 국민을 위해 썩어가는 밀알이 되자”고 의기투합해 ‘밀알’이란 의원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정 전 장관은 2007년 대선과 총선에서 연패한 뒤 석 달 만에 미국으로 떠난 반면 정 대표는 통합민주당 대표로 선출돼 지도자의 꿈을 키워왔다. 9개월이 흐른 지금, 정 전 장관은 미국에서 돌아와 고향 전주 출마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인사들은 “연배가 비슷하고 지역적 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어차피 전북의 맹주 자리와 당의 지휘권을 놓고 일전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밀알’ 회장을 맡았던 이강래 의원은 “두 사람은 정치적 방향은 달라도 인간적 교감은 깊은 사이”라며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당과 서로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내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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