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AP, 왜 테이프 존재 안 알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선일씨 피살과 관련, AP텔레비전 뉴스(APTN)의 취재.보도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AP 측이 한국 외교통상부에 관련 사실을 문의하면서도 왜 입수한 비디오 테이프의 존재를 공개하지 않았는가 하는 대목이다.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만 알려졌더라도 상황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AP 대변인은 24일 "서울의 AP 기자가 '독자적으로' 한국인의 실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 테이프의 존재를 외교부에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실종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테이프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또 "우리는 김씨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억류돼 있다는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P의 처신을 저널리즘 측면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언론학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독자적으로'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일관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근거 없이 AP를 희생양으로 삼아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특종이나 취재원 보호가 개인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며 "AP는 문의과정에서 최소한 테이프의 존재를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 살해 등의 전례를 감안해 다분히 위험한 상황을 추론했어야 했다"며 AP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언론법을 전공한 많은 학자들은 "납치사건 보도는 벌어질 상황에 대한 추측이나 어떤 예측을 해서도 안 되며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 AP 측에 책임을 묻기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