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35명,소아마비 부부 '출산 간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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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우미들의 보살핌으로 저와 아기가 새생명을 얻었으니 저희들도 불우한 처지의 이웃을 돌보며 이 은혜를 갚겠어요. " 26일 오후 서울양천구신정동 양미혜산부인과 206호실. 소아마비로 1급 장애인인 산모 黃선이 (25) 씨가 건강한 사내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고 있다.

병상 옆에는 같은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인 남편 池휘철 (31.공원) 씨가 휠체어에 앉아 부인 黃씨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들 옆에선 서울양천구 신정종합사회복지관 조진호 (趙鎭虎.52) 관장과 이미정 (李美情.36).정윤옥 (鄭潤玉.26) 씨등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온 '주부 환자도우미' 들이 끓여온 미역국과 기저귀등을 내놓으며 "너무 귀엽다" "튼튼하게도 생겼다" 며 덕담을 하고 있었다.

'주부 환자도우미' 는 모두 35명으로 지난 6월 신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부대상 간병인 교육을 함께 받은 것을 계기로 만든 봉사단체다.

1주일의 교육을 마치고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간병봉사를 통해 밝은 사회를 만들자" 며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주부 환자도우미' 들이 黃씨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것은 이달초. "黃씨가 장애인으로 출산은커녕 목숨마저 위태롭다" 는 복지관측의 이야기에 도우미 35명이 모임을 갖고 黃씨 돕기에 나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못하는 바람에 7세 때부터 다리를 못쓰게 된 黃씨는 3년전 소아마비인 남편 池씨를 만나 새 인생을 시작한 것. 자동차부품공장 공원인 남편의 한달수입은 30여만원. 비록 월세 10만원짜리 단칸방이었지만 서로 휠체어를 밀어주며 마냥 행복했고 지난 2월엔 임신에 성공했다.

기쁨은 잠시였고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黃씨가 극도로 쇠약해지자 이들 부부는 걱정속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환자도우미들은 곧바로 무료출산을 도와줄 병원을 수소문했고 양미혜산부인과측이 뜻을 같이하겠다고 연락해왔다.

퇴원후에도 계속 黃씨를 돕겠다는 이들 도우미들은 "주는 도움은 작지만 받는 분들이 크게 생각해주니 오히려 고맙다" 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장혜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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