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학교 … 개교 늦어져 학생들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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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구미시 옥계동 옥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올해 3월 인근에 개교 예정이던 옥계동부초교의 개교가 6월로 연기돼 331명의 학생들이 추가로 이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8일 오후 구미시 옥계동 옥계동부초등학교(이하 동부초교). 경사진 흙길을 따라 올라가자 학교 건물이 보이고 운동장에서 굴삭기가 굉음을 울리며 터를 고르고 있다. 건물은 유리창을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학교 곳곳에 자재가 쌓여 있다. 공사를 맡은 D건설회사 관계자는 “조경과 외부 토목공사를 하고 있지만 5월 중순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3월 1일 개교 예정이던 동부초교가 6월 1일로 늦쳐졌다. 신학기인 3월 또는 2학기인 9월 개교하는 다른 학교와는 딴판이다. 경북지역에서 학기 중에 문을 여는 학교는 이곳이 처음이다.

동부초교의 개교가 늦어지면서 이 학교에 진학 예정이던 학생들(12학급 331 명)은 1.4㎞ 떨어진 옥계초교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두 학교의 학생·교사·학부모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이유다.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동부초교 학생들의 더부살이로 옥계초교는 56학급(일반 55, 특수 1학급) 1679명이 다니는 ‘대규모 학교’가 됐다. 1~5학년은 학급당 학생수 기준인 34명을 꽉 채우고 6학년은 1명씩 많은 35명으로 학급이 짜여졌다.

구미시교육청은 동부초교의 개교가 늦어질 것에 대비해 옥계초교의 특별교실 5칸을 일반교실로 사용하고 교실 8칸을 증축했다. 그러나 이마저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증축 등에도 기존 과학실과 영어체험교실 등 3개 교실이 일반교실·임시교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것.

학생수가 많아 점심시간에는 배식시간이 길어지고 식당이 복잡해 식탁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김원필(59) 교장은 “급식시간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특기적성교육과 자기주도형 학습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 교장은 그러나 331명의 학생 중 상당수는 동부초교로 전학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를 뺄 수 없어 옥계초교에 남아야 할 학생이 2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는 것. 이 경우 연말까지 24학급으로 운영될 동부초교의 학사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동부초교 배치에 앞서 옥계초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12명)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교무실이 좁아 교사 6명은 교실의 3분의 1크기인 과학준비실을 임시교무실로 쓰고 있다. 교사 3명은 또 이 교무실에서 개인 책상이 아닌 긴 탁자를 공동으로 쓰고 있다. 오상석(51) 교사는 “공용의 3개 컴퓨터 외에는 개인 컴퓨터가 없어 업무 처리에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걱정이 늘고 있다. 6학년 곽모(13)군의 어머니 정모(36)씨는 “구평남부초교에서 5학년을 마치고 전학시켰는데 3개월 뒤 다시 동부초교로 옮겨야 해 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미교육청은 이런 학부모의 우려에 동부초교로 옮길 학생들의 반 편성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업체 선정 때의 소송사태가 원인=이번 사태는 동부초교를 건립할 민간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탈락업체가 소송을 제기, 공사가 4개월 가량 늦어져 발생했다. 경북도교육청 권태완 민자사업담당은 “탈락업체의 소송으로 업무 집행이 정지되고 도교육청이 항소에서 이기면서 지난해 2월이 아닌 6월 뒤늦게 착공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공사가 늦어지자 구미시교육청 등은 3월 개교 강행 또는 9월 개교를 검토하다 공사 중 개교가 어렵고 더 늦어지면 옥계초교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판단해 6월 개교를 결정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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