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면 새 코너 ‘민들레’ 독자 응원 댓글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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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변경 첫날, 첫 번째 민들레가 사회면 한쪽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17면에 실린 ‘눈 지옥서 만난 길 위의 천사’ 기사입니다.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설 귀향길, 갓길에 정차했다가 쌓인 눈 속에 자동차 바퀴가 파묻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한 가족을 도운 유통업체 배송기사의 이야기입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도움을 받았던 주부 류진씨가 업체 홈페이지에 “천사를 찾는다”며 글을 올린 뒤 본사가 한 달 동안 수소문한 끝에 주인공을 찾아냈습니다. 1000자 분량의 작은 기사였지만 반향은 컸습니다. 특히 조인스닷컴 사이트에서 이 기사는 게재 당일 조회 수 27만5000클릭이 넘어 전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기사 아래엔 ‘천사’ 고진수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분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숨은 영웅입니다’(아이디 acebaik), ‘각박한 생활 속에서 각진 마음을 둥그렇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오늘 기분이 업(up)됐습니다’(아이디 lyscf), ‘기사를 읽고 소름이 돋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습니다’(아이디 wjdxorgjs82),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과 미래는 이런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아이디 leno), ‘도움을 준 기사분도, 그분을 끝까지 찾은 도움받은 분도 참 따스한 분들입니다. 이런 분이 많은 나라가 되길 희망합니다’(아이디 sooling)…. 따뜻함은 전염되는 것일까요. 댓글에도 온기가 어려 있었습니다. ‘악플’은 하나도 달리지 않았답니다.

기자에게 전화와 e-메일로 직접 의견을 전한 독자도 많았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독자 고은수(60)씨는 “신문을 읽고 아침부터 마음이 따뜻해져 좋았다”며 “매일 아침 민들레를 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대전시 중구에 사는 주부 이미행(36·여)씨는 “앞으로 늘 스크랩해 뒀다 초등생인 두 아들에게 읽어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고씨가 미혼이라면 좋은 여성을 소개하고 싶다”는 중매 요청도 들어왔습니다.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부정기적 연재물인 민들레가 다음 날 신문에 실리지 않자 기자 앞으로 “왜 오늘은 민들레 기사가 없느냐”는 항의성 e-메일을 보내 온 독자도 있었습니다.

고씨에게 도움받았던 류씨는 “고마운 분을 찾게 되어서 기쁘다”며 “가족들과 함께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고씨는 기사가 나간 다음 날인 17일 롯데마트 노병용 대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노 대표는 “우리 사원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사연”이라고 치하하며 모든 직원이 기사를 회람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정작 고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닌데 너무 큰 관심을 받아 민망하다”며 몸을 낮췄습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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