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국시리즈 초반 내야 실책이 승부 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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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역시 수비였다.

큰 경기에서 승부의 흐름을 뒤바꿔놓는 것은 언제나 내야진의 실책이었다.

잠실에서 벌어진 1, 2차전에서도 팽팽하던 경기흐름은 내야진의 수비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엇갈렸다.

1차전, 3 - 1로 따라붙던 LG는 8회 유지현의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추격의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8회 2사 1, 2루에서 이종범의 평범한 타구를 잡은 유격수 유지현이 안이하게 2루로 송구, 야수선택으로 처리되며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아 결국 장성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주저앉았었다.

2차전도 피해자가 바뀌었을 뿐 상황은 비슷했다.

LG의 역전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4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노찬엽이었지만 해태를 회생불능으로 만든 것은 2 - 1로 역전당한뒤 곧바로 나온 유격수 이종범의 3루 악송구와 5회 3루수 홍현우의 홈 악송구였다.

두팀은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실책으로 탈락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해태는 94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루수 홍현우가 평범한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빠뜨려 선동열을 등판시키고도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고, LG는 95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역시 3루수 송구홍이 홈에 뛰어드는 주자의 머리를 맞히는 홈 악송구로 역전패, 결국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두팀은 모두 3루수비에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있다.

LG는 송구홍 대신 신국환이 나서고 있지만 어깨가 약하다.

반면 해태는 2차전에서 드러난 것처럼 3루가 불안하다.

팽팽한 경기흐름이 지속될 경우 3루쪽으로 많은 타구를 보내는 팀에 승리의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3, 4차전이 벌어지는 광주구장은 그라운드 사정이 더욱 좋지 않아 수비는 1, 2차전보다 더 큰 비중으로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광주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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