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상승률 보인 주식시장 …기아 해결이 최대 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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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아사태 처리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주식시장이 아연 활기를 띄고 있다.

그동안 '팔자' 일색이던 시장엔 '사자' 열기가 가득한 가운데 주가가 폭등하면서 각종 기록들을 쏟아냈다.

투자자들은, 이번 기아사태의 처리방안이 그간 정부가 연거푸 내놓았던 증시안정대책과는 달리 실질적인 부양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적극 주식매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주가폭등에 아랑곳 않고 매도세를 지속했다.

기아사태가 해결됐다고는 하나 대선을 앞두고 정국불안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혀진게 아닌 만큼 주가의 추가상승여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전문가들도 신중한 입장이다.

◇ 시장분위기 급속도로 호전 = 증권시장엔 부도사태가 기아의 법정관리방침에 따라 한풀 꺽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동원증권 김정태 (金正泰) 사장은 "기아의 법정관리와 산업은행 주도의 공기업화 방침이 추락 증시를 살렸다" 며 "협조융자협약으로 추가 부도우려가 사라지면서 증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고 평가했다.

담부보족 계좌의 강제반대매매로 어수선하던 증권사 객장도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반포지점의 한 고객은 "주가가 600선을 단숨에 돌파하면서 담보부족계좌들이 자연히 반대매매 위기에서 벗어났다" 며고 말했다.

◇ 증시기록 양산 = 이날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6.08%는 82년 전두환정권의 고단위 경제활성화대책 발표때의 5.39%를 훨씬 웃도는 사상최고치이며, 상승폭으로 봐도 95년5월29일 (40.41포인트) 등에 이어 사상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9백56개 상장종목중 상한가종목이 절반에 육박하는 4백52개에 달해 올들어 최대치를 나타냈고 상승종목수도 8백19개나 됐다.

◇ 상승배경 = 최근 증시안팎의 양대 시한폭탄으로 도사리고 있던 김대중 비자금의혹사건과 기아사태의 '뇌관' 이 21, 22일 잇따라 제거됐다는 안도감이 단기낙폭 과대심리에 맞물려 매수세를 폭발시킨 것으로 풀이됐다.

기아그룹 계열주들이 대부분 상한가를 친 것을 비롯해 그동안 자금악화 소문이 돌았던 취약종목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2부종목과 중.소형주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 전망 = 한진투자증권 유인채 부사장은 "일단 지수 550선을 바닥으로 딛고 일어서는 반등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기아사태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본격적 상승세를 점치긴 이르다" 고 말했다.

특히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이탈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모습이어서 원화환율 안정여부가 향후 주가상승세 반전의 핵심관건이 되고 있다.

이날 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대금은 매수대금을 8백81억원어치나 웃돌아 전일의 사상최대 순매도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홍승일·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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