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프랑스로]2.용병술의 귀재 차범근 감독…'최약팀'맡아 최강팀 조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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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갈색 폭격기' '차붐' - . 차범근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 10년동안 총 98골을 터뜨리며 '분데스리가 사상 최고의 외국선수' 로 활약할때 붙은 이름이다.

당시 만약 TV중계를 했다면 최고 인기프로로 온 국민을 TV 앞에 붙들어맸을 것이다.

그가 화려한 분데스리가 생활을 청산, 금의환향한 것이 지난 90년. 그리고 꼭 7년만에 차감독은 '국민의 영웅' 으로 다시 섰다.

그 사이 좌절도 있었다.

그는 91년 “3년안에 우승시키겠다” 며 프로축구 현대의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도중하차했다.

그래서 '스타선수는 스타감독이 될 수 없다' 는 주변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2년간 야인생활을 하던 그가 월드컵대표 감독으로 부름받은 것은 지난 1월7일. 지난해말 아시안컵에서 8강에도 탈락, 만신창이가 된 대표팀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9개월이 조금 지난 오늘, 차감독은 월드컵 본선 4회 연속진출의 위업을 달성, 이 시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용병술의 귀재' 라는 별명과 함께. 사상 최약체라는 팀을 맡아 그 짧은 기간에 어떻게 강팀을 만들었을까. 차감독은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사실을 컴퓨터에 빼놓지 않고 기록해 둔다.

그의 개인 컴퓨터에는 국내외 5백여 선수들의 신상명세와 기록이 빼곡이 수록돼 있다.

선수 선발은 바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지피지기 (知彼知己)' 는 차범근 용병술의 요점이다.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은 물론 상대 선수들의 특성까지 파악, 대처하고 있다.

최영일.이민성 (이상 대우).이상윤 (일화).최용수 (상무).장대일 (연세대).장형석 (현대) 등은 차범근 사단에서 특별히 중용된 선수들이다.

모두 평소에 차감독이 눈여겨봐뒀던 재목들이다.

사이드 수비가 약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에는 발빠른 이상윤.고정운 (오사카 세레소) 의 사이드 돌파에 이은 센터링 전법을 사용했다.

중앙수비가 강한 아랍에미리트에는 이상윤.고정운은 물론 서정원을 투톱으로 배치해 가운데까지 흔들어놓는 전법을 구사했다.

일본전에서는 깜짝 카드인 장형석으로 하여금 상대 게임메이커인 나카타를 꽁꽁 묶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 차감독은 장대일을 스위퍼로 배치하고 홍명보 (벨마레 히라쓰카) 를 수비형 MF로 끌어올리는 3 - 6 - 1시스템을 활용, 멋진 대승을 이끌어냈다.

내놓는 카드마다 성공을 거둔 것이다.

분데스리가에서 배운 선진축구의 기법과 데이터에 의한 작전.솔선수범.성실성이 어우러져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극대화한 결과다.

차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지지않는 실리축구' 다.

지난 9개월동안 차범근사단은 20차례의 공식경기에서 13승5무2패라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

2패는 대표팀 소집후 1주일도 안돼 출전했던 호주 4개국 친선대회에서 호주에 2 - 1로 패한 것과 세계 최강 브라질에 2 - 1로 진 것 뿐이다.

차감독이 본선에서의 첫승과 16강.8강을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성적에 근거한 자신감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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