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김선일씨 피랍 하루전 고향친구에 e-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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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는 납치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국내에 있는 고향친구 심성대(35)씨에게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요즘은 달력을 더욱 더 자주 보게된다. 휴가날짜 때문에. 빨리 6월 말이 왔으면 좋겠는데…"라며 귀국을 앞둔 들뜬 심정을 편지에 담아 보냈다. 그러나 이 편지가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불귀의 객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심씨는 5월 한달 동안 김씨에게서 받은 세 차례의 메일을 23일 공개했다. 메일에는 이라크 생활의 어려움과 함께 빨리 귀국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절절히 배어 있다.

"한국 가면 네가 원하는 맛난 것은 뭐든지 사줄게. 기대하고 있어라. 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데….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해다오. 정말로 가고 싶다, 정말로."

"한국인들이 거의 다 떠나가고 교회팀들도 떠나간 요즘 우리 회사 직원 다섯명이서 조촐하게 예배를 3주째 드리고 있다. 나는 설교를 맡고 있고…."(5월 8일)

1주일 후 15일 보낸 e-메일에서 김씨는 "5월 말이나 늦어도 6월 초쯤에는 약 20일간의 일정으로 휴가를 갈 예정이다. (중략) 휴가 간다고 생각하니깐 조금 들뜬 기분이다. 김치하고 자장면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도착하는 첫날에 바로 찜질방으로 가도록 하자"고 적었다.

그러나 김씨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그는 또 "이 곳에서 약자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체득하게 됐다. 소름 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 것이다. 결코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미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심씨는 "선일이와는 한 달에 한 번은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 5월 중순 통화에서 '한국에 돌아오면 꼭 여행을 같이 하자'고 한 것이 마지막 선일이의 목소리였다"고 안타까워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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