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후임 누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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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성향 차이가 뚜렷한 두 후보가 출마하면서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무총장 선거는 25~26일 35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비공개 회의에서 치러진다. 이집트 출신으로 1997년부터 12년간 IAEA 사무총장을 맡아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올 11월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밝혔다.

미국 LA타임스에 따르면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아마노 유키야(사진左) 일본 IAEA 대사와 압둘 사마드 민티右 남아프리카공화국 IAEA 대사다. LA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해체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앞두고 핵 확산 저지를 위한 IAEA의 노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이번 선거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IAEA의 역할과 성격에 대해 두 후보의 견해 차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IAEA가 앞으로 4년간 어떤 행보를 보일지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된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각종 국제 이슈마다 정치색을 드러내며 IAEA의 활동 반경을 넓혀 왔다. 엘바라데이와 유사한 정치 성향을 보이는 후보가 남아공의 민티 대사다.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반대 운동가 출신으로 협상가로서의 경력을 쌓아온 민티는 협상과 합의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을 중시하며 IAEA가 협상 과정에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IAEA 개입론자다.

하지만 그의 시각은 이란 핵 문제에 직접 관여해 양자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과 유럽 회원국의 접근법과 상충해 표를 잃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기술 관료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되는 아마노 대사는 “IAEA의 역할은 핵 확산 방지와 평화적인 핵 사용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남아공의 현지 신문은 보도했다. 미국은 아마노 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아마노 대사의 약점은 불투명한 리더십이다. 한 미국 관리는 “그가 IAEA의 리더가 아니라 일본 외무성의 관리로서 운신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고 LA타임스에 밝혔다.  
정용환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하고, 유엔 80개 회원국이 설립 헌장에 조인하면서 57년 발족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근거로 핵무기 비보유국이 핵연료를 군사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비보유국의 핵물질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현지에서 직접 사찰할 수 있다. 본부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으며 회원국은 144개국이다. 한국은 57년, 북한은 74년에 각각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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