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수습기자 선발방법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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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초의 한글소설로 알려졌던 '홍길동전' 보다 1백여년 앞선 한글소설인 '설공찬전' 발견이 단연 1면 머리기사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 타락에 대한 귀감이므로 마땅히 1면 머리에 다뤄야 합니다. " 중앙일보의 35기 수습기자 선발 시험과정의 하나로 지난달 29일 진행된 '1면 머리기사 결정회의 게임' 의 한 장면이다.

응시생들은 5~6명씩 조를 이뤄 각각 정치.경제.사회.국제.문화부장등의 역할을 맡은 뒤 각자 할당받은 기사를 신속히 읽고 자기 기사를 1면톱으로 '세일' 해보는 테스트를 받았다.

언론계 변혁을 리드하고 21세기 세계 초일류신문을 지향하는 중앙일보의 이번 수습기자 선발은 언론사상 처음으로 입체적.다면적 기법들이 동원됐다.

프로근성이 있고 책임감.적극성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원서 제출자는 1천5백14명.

<1차-외국어 능력 중시>

1차인 필기시험 과목은 영어.종합교양.논문.작문의 네가지. 영어는 TOEIC 8백점이상이 합격권이었다.

제2외국어 공인성적표 제출자는 가산점을 주었다.

논문.작문 채점은 국장.부장급 4명씩이 맡아 비중을 두었다.

1차심사 결과 모집인원의 약 3배수인 36명이 선발됐다.

<2차-프로근성의 평가>

중앙일보는 프로근성이 강한 인재를 뽑기 위해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차로 '현장실습' 평가를 했다.

이를 위해 ▶3일간의 현장종합취재 실습평가와▶1박2일간의 합숙평가 기법을 개발, 시행했다.

이중 1단계라 할 현장취재실습은 한 장소에 수험생들을 데려다 놓고 취재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도 시각.감성 (感性).취재력을 볼 수 있도록 매일 각도를 바꿨다.

혁신적 시도는 2단계인 합숙평가에서 두드러졌다.

합숙평가는 9월말 이틀간 수험생과 평가위원단이 1박2일간 숙식을 함께 하며 치러졌다.

평가는 8가지여서 일정이 긴박했고 순발력이 요청됐다.

주로 6인 1조가 돼 평가를 받았다.

1면 머리기사 결정회의 외에 기자회견은 서울시 교통기획과장을 초빙, 실습생들이 기자가 돼 교통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을 해보는 게임이었다.

또 논리게임은 '사형제도' 에 대해 2개조가 인위적으로 찬반 입장을 나누어 맡아 논리를 개발, 토론하는 게임이었다.

설득력.지적순발력.비판의식.스트레스 내성 (耐性) 등이 평가척도였다.

창의력.실천가능성.흥미성 여부를 평가했다.

인성평가는 막걸리파티.등반대회등을 통해 했다.

'끼' 를 보기 위한 자기소개와 인성평가에서는 평가위원 1인당 3~4명에 대해 가점을 주었다.

<3차-감성·됨됨이까지>

3차인 면접은 사장 및 중역들이 맡아 감성과 인품을 보았다.

최종 사정 (査定) 은 2차와 3차평가를 합산해 했다.

국내 언론사상 초유의 다면적.전향적 평가를 했을 뿐만 아니라 기자 선배들이 직접 '새싹' 들을 선발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수험생들도 이같은 방식을 신뢰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본사는 합격자들에게 선배기자중 조언자 (mentor) 를 지명해 현업 적응 및 성장을 지도할 방침이다.

또 소정의 집합교육과 편집국 직무교육 (OJT) 을 거쳐 약 1년뒤 부서에 배치한다.

본사는 또한 예비 기자들의 자질을 길러주기 위해 칼럼 및 기사.사진.편집등의 부문에서 대학생들이 기량을 겨루는 '저널리즘 경연대회' 를 시행해 언론인 선발제도를 더욱 선진화할 방안을 검토중이다.

<평가위원 대표집필 김일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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