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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첼시 새 화랑가로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뉴욕의 중심 화랑가가 소호 (Soho)에서 창고와 택시정비공장이 몰려 있는 맨해튼의 서안 (西岸) 웨스트 리버의 첼시 (Chelsea) 로 옮겨지고 있다.

첼시는 5년전 소호의 중심화랑인 매튜 마크스와 이스트빌리지 예술바람을 일으켰던 팻 헌 갤러리가 처음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지난 95년 폴라 쿠퍼 갤러리가 옮겨오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폴라 쿠퍼 갤러리는 70년 황무지던 소호에 처음으로 화랑을 열어 조너선 보로프스키같은 유명 작가들을 키운 전설적인 화랑. 폴라 쿠퍼 갤러리가 옮겨오자 신디 셔먼과 로버트 롱고, 장 미셸 바스키아 등 80년대 미술 스타들을 전시해온 중견 화랑 메트로 픽처 갤러리, 바바라 글래스톤 갤러리, 애니나 노제이 갤러리 등 10여개의 화랑들이 소호에서 대거 첼시로 이동해왔다.

최근에는 71년에 거물급 화상 레오 카스텔리과 함께 소호 예술 선풍을 일으킨 대화상 존 웨버의 갤러리마저 첼시로 이전하고 런던에 본점을 둔 국제적 화랑인 말보로 갤러리까지 첼시에 분점을 열어 소호의 화랑가로서의 생존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9월초 '랜드마크' 라는 대형 단체전으로 첼시에서 개막전을 연 존 웨버 갤러리를 찾았다.

유리창 뒤로 보이는 맨해튼의 웨스트 리버와 벽돌로 지은 뉴욕 여성 감옥은 21세기라기보다는 19세기에 더 가까운 풍경이고 그 앞에 앉은 화상도 잘빠진 유명 디자이너의 양복을 입고 바쁜 척하는 90년대 화상들과는 대조적으로 19세기 파리 화상같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웨버는 "개관 첫날에만 2천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면서 "소호에서 한달 전시할때보다 더 많은 관람객" 이라며 매우 즐거워했다.

소호에서 30여년을 보낸 웨버는 "조지 아르마니등 유명 부티크들이 소호로 몰려오는 바람에 월세가 몇배로 올랐을 뿐 아니라 주말에는 소호가 화랑가인줄도 모르는, 시외에서 몰려온 쇼핑객들의 놀이터가 되어 화랑을 운영하는 분위기가 없어졌다" 고 개탄했다.

침체된 미술시장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전했다는 화랑도 있고 지난해 언론의 관심이 첼시로 집중되어 짐을 쌌다는 화랑도 있으나, 소호의 삼분의 일의 월세로 3배의 면적을 얻은 웨버의 장사 계산이 화랑가의 첼시 이전 붐의 이유라고 보면 정확할 것같다.

80년대 1백여개의 신흥 화랑들이 1~2년 사이에 일어나 선풍을 일으키고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진 이스트 빌리지와 달리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굵직한 화랑들이 중심이 된 첼시는 21세기를 이끄는 뉴욕화랑가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께 화랑에 있던 애니나 노제이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역시 소호 임대료의 사분의 일 가격으로 2배가 넘는 면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경제상 이유로 소호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노제이는 첼시로 와르르 몰리는 뉴욕 화랑들을 보며 몇년 후면 이곳 첼시도 소호처럼 부티그와 식당들이 몰릴테니 어디로 가야 하나를 걱정했다.

어쨌든 지금은 첼시의 화랑마다 장사가 잘 된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게다가 이곳을 찾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람객들 대부분이 미술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흐뭇해한다.

〈뉴욕 = 최동열·재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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