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내신제 파장…학교불신 팽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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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입 내신성적 산출때 마지막으로 반영되는 중간고사 실시 하루전인 12일. 서울 강남지역 중학교의 일부 교사들은 일요일인데도 출근했다.

교사들은 중3 교실에 들어가 책상위에 적힌 '깨알같은 글씨' 를 약품으로 지웠다.

13일부터 실시되는 중간고사의 '감독 보조' 로 참여하는 학부모들에게 시험의 공정성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학생들이 써놓은 '커닝용 낙서' 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앞 교탁에서, 학부모는 학생 등 뒤에서' 2중 감시하는 학부모의 시험감독이 '무시험 내신제 고입' 과 서울 D중에서 발생한 교사의 시험지 유출사건 직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비교적 우수학생이 많아 고입을 위한 내신경쟁이 치열한 강남지역 O.S.J.B.D중에서 지난 5월 1학기 중간고사 이후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학교의 경우 시험감독 학부모가 부정행위한 학생을 적발해 학교측에 처벌을 요구하는 바람에 학부모끼리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학생의 부정행위로 내 자식이 손해 본다' 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강남지역 Y중의 경우 1, 2학년과 3학년의 시험시간을 오전.오후로 분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는 교실을 활용, 학생간 거리를 종전 좌우 2에서 4이상 띄우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급우간 지나친 경쟁의식도 만만찮게 나타나는등 학교의 내신성적 관리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강남지역 Z중의 경우 1학기 중간.기말고사때 3학년 영어 듣기평가 성적이 일부 반에서 높게 나왔다.

그러자 학생들이 "부정행위가 있었다" 며 집단으로 항의, 듣기평가.필기시험 성적을 합산해 성적을 내려던 방침을 취소하고 듣기평가 시험을 무효 처리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학부모 權모 (48.주부) 씨는 "D중의 시험지 유출사건을 감사한 서울시교육청은 '별 문제 없다' 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로 교사 한명이 구속됐다.

이런 판국에 어떻게 학교의 성적처리를 믿을 수 있겠느냐. 자식을 위해 학부모가 성적관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O중 朴모 (43) 교사는 "시험치르기 5분전엔 학생의 손바닥도 검사해야 한다" 며 "학부모의 시험감독 참여는 과중한 교사 업무를 덜어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감시와 불신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교육청 정재량 (鄭在良) 중등교육과장은 "학부모의 시험감독은 교사 숫자가 부족하면 모르겠으나 교사의 교육권은 물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등 문제점이 많다" 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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