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전원 대기업 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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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전자디자인고 학생들이 실습 수업을 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대기업 취업 희망자 전원이 4년째 꿈을 이룬 실업계 여고가 있다.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 대전전자디자인고는 내년 2월 졸업예정자(300명) 중 취업 희망자 139명 전원이 22일 현재 대기업 취업이 확정됐다.

기업별로는 ▶삼성전기 52명 ▶LG필립스LCD 46명 ▶삼성전자 33명 ▶한국 트로닉스 8명 등이다.

올해 졸업생 149명은 물론 지난해와 2002년 졸업생 153명도 이들 4개 회사에 고루 들어갔다. 삼성전기는 충남 연기에, 나머지 3개 업체는 경북 구미에 공장이 있다.

이 학교 출신들은 모두 인쇄회로기판(PCB)제작 부서에서 생산직으로 일한다. 인쇄회로기판은 동판(銅版)에 초미니 전자부품을 배열, 선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휴대폰.컴퓨터 등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이들의 초임 연봉은 1600만~1900만원으로 같은 회사 대졸 사무직 신입사원 초봉(2000만~23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백화점 등 서비스업에 취업하는 여자 실업계 고교 출신(900만~1000만원)보다는 훨씬 많다.

지난해 삼성전기에 입사한 김희래(20.여)씨는 "불황으로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 것 같아 일찌감치 직업을 선택했다"며 "작업환경이 좋고 보수도 넉넉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1997년 개교한 이 학교 졸업생들은 2001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대기업 취업을 늘리기 위해 교과 내용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무 위주로 개편, 효과를 보고 있다.

학교측은 전자 실무와 관련이 있는 '인쇄회로기판(PCB)설계''마이크로 프로세서(초미니컴퓨터) 활용' 등 2개 과목을 2001년 개설, 학생들은 2학년부터 졸업때까지 주 6시간씩 이들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수업 내용의 60%이상은 실습이다.

삼성전기 이기덕 과장은 "대전전자디자인고 졸업생처럼 능력있는 고졸 사원을 많이 채용하고 싶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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