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강국 코리아 ‘첨단’ 쏟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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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첨단 해양플랜트 설비와 새로운 선박 건조 방식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기술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잠수식 석유 시추 설비를 만들어 발주처인 노르웨이 시드릴사에 인도했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 앞바다에서 시운전 중인 원유 시추 설비 웨스트 에미넌스호.


‘웨스트 에미넌스’로 명명된 이 시추선은 무게 3만t, 높이 112m에 작업 공간 8925㎡(2700평)의 초대형으로 2년6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해저 1만2000m까지 시추 작업이 가능하고 태풍과 해일에도 위치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영하 20도 이상의 혹한에도 작업할 수 있으며, 작업 효율도 기존 설비에 비해 30% 정도 향상됐다. 웨스트 에미넌스는 앞으로 브라질 해안에서 원유 시추 작업을 한다. 가격은 5억1000만 달러(약 7600억원).

삼성중공업 김징완 부회장은 “설계에서부터 자재 구매·건조·설치·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해 우리의 앞선 기술을 입증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해양에너지 관련 선박을 주력 제품으로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반잠수식 석유 시추 설비의 경우 물속에 잠기는 하부 구조는 국내에서 만들지만 복잡한 기술을 요구하는 상부 구조는 유럽 조선소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편 STX조선은 무게 6500t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배의 구성 단위)을 세계 최초로 해상에서 선박에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바다 위 플로팅 독에서 건조 중인 대형 LNG(액화천연가스)선에 탑재된 이 블록은 길이 53.6m, 폭 45.8m, 높이 32.8m다.

STX 강대선 실장은 “육상에서 배를 만들 때는 초대형 블록 탑재가 흔하지만 바다 위에서는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야 하기에 5500t 정도가 한계였다”며 “하지만 이번에 해상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공법으로 6500t짜리 설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육상에서 블록을 만든 뒤 운반선으로 이를 플로팅 독까지 이동시킨 후 ‘모듈 트랜스포트’라 불리는 장비를 이용해 선박에 탑재하는 공법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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