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이마트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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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30면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 50개 점(신설 점포 제외)의 라면 매출은 14% 늘었다. 그렇다고 이마트 고객의 라면 소비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수량 기준으로 라면 판매는 오히려 2.4% 줄었다. 제품 값이 올라 라면 매출액이 따라 늘었을 뿐이다.

가격 아닌 판매량으로 산정 … 소비 변화 빨리 알려줘

이처럼 매출액만으로 실제 소비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가격에 상관없이 소비 변화를 알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지난주 신세계가 발표한 ‘이마트지수’는 이런 고민의 소산이다. 이 지수는 전국 이마트 50개 점포에서 파는 476개 제품군의 66만여 개 상품이 분기별로 얼마나 팔렸는지를 조사했다. 가격에 관계없이 실제 팔린 소비량을 지수화했다. 전년 소비량(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소비가 늘고, 100보다 낮으면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분기 102.5였던 지수는 2분기 99.6→3분기 96→4분기 95.1로 계속 낮아졌다.

이마트지수의 장점은 공식 통계에 비해 소비 변화를 빨리 알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분기 마감 후 28일 안에 공표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도 한 달 뒤에야 알 수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오동렬 과장은 “이마트지수는 늦어도 분기 마감 후 다음 달 10일 전에는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비 흐름을 읽는 데엔 한계가 있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 이덕교 사무관은 “소비재 판매에서 대형 할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에 불과하다”고 했다. 2007년 명목 기준으로 소비의 58.7%에 달하는 서비스 부문이 아예 빠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요즘 가계의 고민거리인 교육비나 의료비 씀씀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분기별 GDP 통계의 민간소비 움직임과 잘 맞지 않는다.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는 ▶1분기 3.4% ▶2분기 2.3% ▶3분기 1.1% ▶4분기 -4.4%였다. 한국은행 정영택 국민소득팀장은 “이마트지수는 식료품이나 옷·주방용품 등 생필품 위주의 소비 추이를 파악하는 데 참고지표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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