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책임 경영으로 위기 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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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주요 그룹들이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책임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들의 13일 주주총회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 그룹은 총수 일가가 이사회에 합류하거나 가까운 인사를 사내이사로 등장시켰다.

SK의 지주회사인 SK㈜는 최재원 SK E&S 부회장 겸 SK가스 대표이사를 회사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이로써 SK㈜는 최 회장 형제, 박영호 사장 등 3인 공동 대표체제가 됐다. SK텔레콤 주총에서도 최 부회장은 사내이사가 됐다. 권오용 SK브랜드관리부문장은 “최 부회장의 합류는 책임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회장은 1994년 SKC사업개발팀장을 맡으며 그룹 일을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으로 옮겨 부사장까지 올랐지만 2003년 SK글로벌 사태가 터지면서 사임하고 미국 길에 올랐다. 2005년 SK엔론(현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복귀해 지난해에는 SK그룹 글로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구자영 SK에너지 총괄사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각 회사의 사내이사가 됐다. 구 사장은 SK에너지의 대표이사도 맡게 됐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정몽구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이정대 부회장, 양승석 사장, 강호돈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현대차 사내이사진은 정 회장을 포함해 4인 체제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선임된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 윤주화 감사팀장 사장, 이상훈 사업지원팀장 부사장 등 3명을 새 사내이사로 승인했다. 기존 사내 등기이사인 이윤우 부회장을 포함해 4명의 등기이사 체제가 됐다.

㈜두산은 27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사내이사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 5명이 총수 일가로 채워지는 것이다. 주총 뒤 열릴 이사회에서 일가 중 한 명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할 계획이다. 박용현 회장이 유력하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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