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신의 못생긴 여자는 없다] 그 여자 그 입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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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도 아닌 것이, 점막도 아닌 것이…’. 우리 몸에 이런 구조를 가진 부위가 두 곳 있다. 입술과 항문이다.

하나는 음식이 들어가는 출입구요, 다른 하나는 배출구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조직뿐이 아니다. 이 부위엔 수많은 혈관과 신경, 그리고 근육이 존재한다. 말미잘처럼 자유자재로 오므리고 벌어지도록 한 조물주의 지혜가 담겨 있다.

입은 제2의 성기라고까지 말한다. 심지어 관상학에서조차 ‘눈은 여자의 마음을, 코는 두뇌를, 입은 섹스를 나타낸다’고 한다. 메릴린 먼로는 약간 벌어진 도톰한 입술로, 줄리아 로버츠는 큰 입, 앤절리나 졸리는 두툼한 입술로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 않는가.

입술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알려면 거울을 한번 들여다보라. 윗입술에서 도톰하게 솟은 부위는 이름도 큐피드 보(Cupid Bow)다. ‘사랑의 신’이 쏜 화살 끝(원래 보는 뱃머리의 뾰족한 부위)이니 한번 ‘필’이 꽂히면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렇다면 가장 예쁜 입술의 조건은 무엇일까. 입술 길이는 양쪽 눈동자의 중앙, 즉 동공의 까만 점에서 수직으로 내려온 폭이 가장 알맞다. 입술 두께는 윗입술 7∼8㎜, 아랫입술은 9㎜가량이면 적당하고, 입술 두께의 비율은 위·아래가 2대3이 이상적이다. 아랫입술이 약간 도톰한 정도다.

또 입술선이 깔끔하고 또렷하며, 입꼬리 부분이 미소를 머금은 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살짝 올라가야 요즘 세간에서 말하는 미인의 입술이다.

예전에 입술 성형은 주로 구순열 같은 기형에 한했다. 하지만 요즘엔 예뻐 보이기 위해 입술 성형을 하려는 여성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입술은 얼굴의 표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위다. 10여 개의 표정근육이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을 보여준다. ‘입이 뾰루퉁하다’ ‘입이 귀 잡으러 간다’ ‘입조심 해라’ 등의 표현은 입술 얘기가 아니라 입술 주인의 마음을 말하고자함 아닌가.

입술의 모양과 크기를 바꾸는 성형도 진화하고 있다. 우선 안전성 있는 겔형의 필러 또는 고어텍스 같은 보형물을 넣는 방법이 있다. 수술도 가능하다. 입술이 두터운 사람은 입술 안쪽을 절개하는 방식을, 얇은 사람은 점막을 V자로 절개해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어찌 입술의 조화를 수술로만 해결할 수 있을까. 입이 작아 불만이었던 어느 연기자는 수시로 거울을 보며 입술을 크게 벌려 ‘아에이오우’를 반복했다. 또 늘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후부터 그에겐 작은 입술이 결코 콤플렉스가 아니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모두 입꼬리가 처져 있다. 이제라도 ‘2% 웃기 운동’으로 마음을 밝게 가져보자.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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