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에게 집단 민원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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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차기 대통령선거가 5자 대결구도로 드러나면서 최근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에게는 각종 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역의 숙원사업과 개발사업부터 공무원.농민.노동계.사회단체의 요구등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가 걸린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집단 민원중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요구도 많다.

일부 이익단체들은 정책반영 대가로 특정 후보에 대한 선거지원을 담보로 제시해 '매표 (賣票)' 현상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각 대선후보 진영은 눈앞의 대선 승리를 위해 이들의 요구에 영합하는 공약등을 남발하고 있어 대선 이후의 국정난맥 또는 예산 배분의 왜곡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지역개발과 숙원사업 = 지난 2일 입법예고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경기도의 숙원사업. 지난해말 거론됐다가 환경부등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신한국당이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당초에는 지난달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의 출마와 맞물리자 공 (功) 이 李전지사에게 쏠릴 것을 우려해 당정협의를 늦추는등 '표 (票) 의 논리' 를 대표한 전형이다.

울산시는 경부고속철도의 울산역 건설과 국립대 설치를 각 후보들이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달초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고속철도 울산역 건설 시민연대' 를 결성했다.

◇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 = 진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신한국당이 발표한 남강및 황강 상류의 식수전용댐 4곳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 며 "건설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선 거부운동에 돌입하겠다" 고 밝혔다.

'한국 개발제한구역 민주화추진위원회' 등 그린벨트 규제완화 관련단체들은 지난달부터 규제 전면완화를 촉구하는 전국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 집단민원과 시위 = 개인택시면허추진위원회는 최근 국민회의.민주당 등을 방문해 "신규면허 발급제한 철회를 대선공약에 넣어줄 것" 을 요청하면서 "관철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 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달부터 1일까지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와 국민회의 당사 앞에선 한국교육방송노조와 유아교육관련단체등 20여개 단체가 예산지원 확대와 숙원사업 해결을 요구하며 거의 매일 연쇄 집단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정치권의 민원 폭주 = 신한국당 민원국의 경우 지난달부터 하루 평균 20여건의 정책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민원국 관계자는 "대부분 해당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불가능한 요구가 대부분" 이라며 "그러나 대선을 감안해 부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곤혹스럽다" 고 밝혔다.

야당에도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데 국민회의 종합민원실에 따르면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정책민원이 최근 10여건으로 급증,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 정치권의 영합과 공약남발 = 여야 각 정당과 후보들은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신한국당의 지방 특별교부세 대폭 증액과 국민회의의 지방공무원 정년연장.농가부채 경감등은 이같은 지적을 받는 대표적 공약들이다.

이규연.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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