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삽화곁들인 황순원의 동화집 '산골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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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황순원의 '소나기' 는 유년시절 추억을 상징한다.

시골아이가 어느날 찾아온 도시소녀에게 갖는 애틋한 마음과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어우러져 서정문학의 진수라 일컬어진다.

그 '소나기' 의 작가가 쓴 단편 동화집이 나왔다.

어린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그려낸 '산골아이' (가교刊) .50.60년대 잡지 '민성' '현대문학' 등에 실렸던 황순원의 작품에 삽화가 신응섭씨의 원색그림을 곁들여 새롭게 꾸몄다.

정성껏 돌보았던 고양이가 이웃집 고깃국에 혹해 달아났다가 결국 약용으로 잡혀 먹히고 만다는 '골목 안 아이' ,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에 취해 잠이 든 아이가 꿈속에서 여우에 쫓겨 낭떠러지에 떨어진다는 '산골아이' , 자신이 하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아기게가 갖가지 고난을 겪으며 인생의 참의미를 깨달아간다는 '달과 발과' 3편이 실려 있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에만 익숙해져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주제다.

고양이의 죽음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옆으로 기어 다니는 게가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간다는 이야기 등 삶의 방식을 다룬 깊이있는 내용들이다. 상상속에서 펼쳐지는 보통 동화들과는 달리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황순원의 문장만이 지니는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발표 당시 원문을 그대로 싣고 사투리나 옛표현들은 괄호안에 설명을 넣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숫눈길' , 양지에서 볕을 쬐는 것을 '해바라기' 라고 표현하는 등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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