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도 불황도 이겼다…부천 부성금속 청각장애인 1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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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청각장애자로 태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쌍둥이 형을 위해 정상인인 동생이 만든 '장애인만의 공장' 이 어려운 환경기술 (음식물쓰레기 소멸기) 을 개발하는등 사업기반을 착실히 다져 가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부천시원미동의 주방기구제작업체 부성금속 (사장 趙喜章.37) 작업장. 청각장애 2급인 유문섭 (柳文燮.37) 생산과장이 박성희 (朴成熙.33) 대리에게 수화 (手話) 로 음식물쓰레기 소멸기의 "기어변속기를 조립하라" 고 지시하고 있다. 이 공장에는 말로 하는 작업지시가 없고 이처럼 수화나 글로 쓴 작업지시서만 있을 뿐이다.

이는 공장장 조선장 (趙善章.37) 씨를 포함한 직원 10명이 모두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난 3년간 밤낮 없이 씨름하며 개발한 이 음식물쓰레기 소멸기는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조달청.국방부등에 납품될 예정. 柳과장은 "같은 장애인끼리 힘을 합쳐 어려운 기술을 개발한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며 "우리의 성공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물론 의사표시는 말이 아닌 수화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사장 趙희장씨가 청각장애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쌍둥이 형 선장씨를 돕기 위해 92년 설립했다.

고교 졸업후 8년간 주방기계업체에 근무한 趙사장은 쌍둥이 형에게도 이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에 형을 취직시켰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정상인도 배우기 어렵다" 며 계속 단순 연마업무만 시켰던 것. 趙사장은 이 때문에 직장을 옮겨 형에게 기술을 가르친 뒤 취업을 못해 놀고 있던, 형이 졸업한 서울선희학교 (청각장애인 교육기관) 동창 2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하청을 주기로 했던 업체에서 "장애인들이 제품을 만들겠느냐" 며 주문을 하지 않아 3개월을 그대로 놀았다는 것. 형 친구들에게 글과 수화기술을 가르친 그는 파산 직전 밤을 새워 가며 정성을 다해 주방기기 완제품을 만들어 한 주방기구업체에 반값으로 견적을 내면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부성금속은 초등학교 단체급식기등을 제작해 2년여만에 정상궤도에 올랐으나, 이미 3년전 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가운데 최첨단제품인 소멸화장치 개발에 나섰다.

趙사장은 서울산업대 裵재근 (환경공학) 교수팀으로부터 이론.원리 지도를 받아 직원들과 밤낮 없이 씨름했다.

그는 끊임없는 자금난을 겪으며 모두 4억원의 연구비를 들인 끝에 지난해 6월 시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음식물쓰레기를 매일 투입하고 6개월간 배출하지 않아도 자동 발효.소멸되도록 설계된 것. 한국생활용품시험연구원으로부터 Q마크 (품질우수) , 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K마크 (품질인증) 를 받았다.

이 때문에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이 제품은 현장직원 대부분이 졸업한 서울선희학교에도 판매됐다.

이 학교 김장현 (金長鉉) 교장은 "제자들이 어려운 기술개발의 주역을 맡아 기쁘다" 며 "현재 학생들에게 이를 소개하며 용기를 주고 있다" 고 말했다.

직원들은 결근이나 지각이 거의 없고 월차휴가도 쓰지 않으며 물건이 나가야 하면 오전2~3시까지라도 불평없이 근무한다고 趙사장은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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