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컬러TV·D램반도체등 韓美 끝없는 통상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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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과 미국간의 통상마찰이 동시다발로 불거지면서 통상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94년 슈퍼301조 부활 이후 첫 발동사례로 한국을 지목해 양국간 자동차싸움이 본격화한데 이어 네브래스카산 수입쇠고기에서 병원성대장균인 O - 157:H7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검역의 신뢰성 문제를 놓고 양국의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또 한국은 지난 7~8월중 한국산 컬러TV.반도체D램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세계무역기구 (WTO) 협정 위반으로 WTO에 제소해 놓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양자협의가 오는 8~9일 제네바에서 있을 예정이어서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 (EU) 과 함께 한국의 주세 (酒稅) 문제를 다루기 위한 패널설치를 WTO분쟁해결기구에 요청했으며 한국산 반도체S램에 대해서는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이 한국자동차시장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 (PFCP) 으로 지정함으로써 슈퍼301조 절차에 따라 양측은 이달 하순께 재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보복조치가 있을 경우 이를 WTO에 제소하는등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도 한국의 자동차관련 제도를 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국간 양자협상과 WTO맞제소전이 동시에 진행될 공산도 있다.

한편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30일 네브래스카산 쇠고기에서 O - 157:H7이 검출된데 대해 한국정부에 공동조사를 요청했다.

이는 미국 축산업계가 자국정부에 대해 O - 157사건으로 대한 (對韓) 수출이 타격받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서 한국의 검역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미국의 요청을 일단 거절하는 대신 미국 검역전문가가 한국을 방문하면 검역결과.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기로 했다.

농림부 이관용 (李寬鏞) 축산국장은 "국제적으로 관례가 없는 공동조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의 설명을 듣고 이의가 있으면 제3국 검역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 순서" 라고 밝혔다.

농림부는 미국이 쇠고기 시료나 표본을 채취해 가는 것도 거절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림부는 문제의 대장균이 발견된 쇠고기가 도축된 네브래스카 245C도축장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금지대상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쇠고기를 둘러싼 양국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밖에 우리정부는 미국의 컬러TV.반도체D램 반덤핑건과 관련한 양자협의에서 미국이 반덤핑 재심절차를 마무리짓지 않거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WTO분쟁해결기구에 패널설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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