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언젠가 닥칠 통일위해 우리 의식부터 개혁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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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의 상황과 미래에 관해 많은 설명과 다양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한 논의의 핵심은 직.간접적으로 통일에 연결된다.

사실상 통일이 언제 이뤄질 것인가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는 추측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위한 준비와 노력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는 여러 형태로 분리돼 진행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절박하고 긴요한 부분은 우리사회 내부의 정돈과 정비라고 생각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사회심리적 구조의 혁신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지역이기주의.파벌주의.배타주의 및 개인주의 등은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헤어져 있던 북한동포들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게 한다.

통일준비와 관련해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적 덕목과 심리적 구조는 관용력.포용심.동포애 등이다.

특히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는 통일 무용론마저 존재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둘째, 우리사회의 건강성 확보, 사회구성원의 건전성 확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부정.부패.부실.불법.불의 등을 목격한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어두운 측면만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지만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 통일을 말할 수 없다.

통일이란 한 사회를 다른 사회에 유인해 동화시키는 작업이다.

동화시키기를 원하는 사회는 모범을 보여야 하며 그것은 흡인력을 배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동화되기를 원하는 사회가 그러한 모범주의에 존경심을 가질 때 통일의 기반은 다져진다.

89년 11월 독일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단순한 콘크리트의 붕괴가 아니다.

서독의 모범과 동독의 서독 존경이 상호작용해 승화된 사건이었다.

따라서 통일을 위한 기본준비는 모범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끝으로 요망되는 것은 더욱 수준 높은 민주주의의 확립이다.

통일과 그 준비를 위해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열기만으로 통일을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에 우리의 국민총생산량과 산업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북한주민으로 하여금 감흥과 감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너무 거창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은 의식과 인식을 가지고 차분하게 우리사회를 되돌아보고 정돈한다면 진정한 통일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

백태열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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