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북한 가서 김정일 위원장 만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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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해 온 한나라당 이재오(사진) 전 의원은 10일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말 귀국할 예정인 그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풀려면 김 위원장을 만나 터놓고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고 싶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힌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불편한 관계였던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날 건가’라는 질문에 “당의 원로와 중진들을 찾아 인사하겠다”며 만날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은 다 잊었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으로 귀국하기에 앞서 12일 미국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나는 그는 “워싱턴 체류 10개월 동안 특정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건 중앙일보가 처음”이라며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덕분에 미국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가 된다는 설이 있는데.

“단순히 특사를 보내는 것보다 누가 가느냐가 중요하다. 김 위원장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자신감과 비전, 콘텐트를 가진 인물이 가야 한다. 정주영씨가 소떼를 몰고 북한에 갔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특사가 갔지만 이벤트로 그쳤기 때문에 북한이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론 김 위원장 앞에서 기분 나쁜 소리도 하면서, 그가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깨우침을 주는 인물이 가야 한다.”

-북한에 가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명박 정부엔 과거의 암흑시절에도 통일을 노래하며 감옥살이의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 많다. 김 위원장은 민족의 통일을 위해 어떤 고난도 겪지 않았다. 내가 간다면 ‘통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과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지만 남한과 미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걸 인식시키고 싶다.”

-미국 정치에서 배울 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운 다음을 보라. 경쟁의 뒤끝이 아름답고 깨끗하지 않으냐. 우린 뒤끝이 좋지 않은 게 문제다.”

-2006년 당 대표 경선 때 박 전 대표 측이 지원한 강재섭 전 의원에게 졌다. 친박에 대한 감정은 여전한가.

“지나간 일은 빨리 잊는 게 내 성격이다. 한국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과도 잘 지내자고 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작은 일에 연연해할 순 없다.”

-서울에선 무슨 일을 할 것인가. 10월로 예상되는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는가.

“당분간 당·정·청(黨·政·靑)의 일에서 초연해지고 싶다. 그동안 연구했던 동북아평화 번영 공동체(NCPP) 구상을 구체화하고 책을 쓰는 일에 매진할 생각이다. 재선거와 관련해선 말을 하지 않겠다. 당사자(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면 부도덕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겠느냐.”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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