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때 ‘경찰 지갑 강탈’ 50대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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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도심의 야간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고 지갑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를 받고 있는 박모(52)씨가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11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구로동 애경백화점 앞에서 박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가족과 통화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폐쇄회로 TV(CCTV)에 찍힌 박씨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영등포·구로 방향이라는 점에 주목해 잠복·탐문 수사를 벌여 왔다. 박씨는 이날 오후 휴대전화를 켰다가 위치가 노출됐다.

박씨는 경찰에서 “경찰관을 폭행했느냐”는 질문에 “네”라며 인정했다가, 곧 “때리지 않았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지갑을 빼앗아 신용카드를 썼느냐”는 질문에는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경찰서를 찾은 박씨의 여동생(47)은 “오빠는 알고 지내던 ‘붕어당’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의 부탁으로 점퍼와 담배를 사다 줬고, 신용카드는 그에게 돌려줬다”며 “진범은 오빠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빠가 경찰에 이송되면서 전화를 걸어 왔다. ‘구로경찰서에 자수하겠다고 전화를 한 뒤 붙잡혔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의 자수 신고가 접수된 바 없다”며 “박씨가 서울 고척동에 은신처를 마련해 놓고 그 일대를 돌아다니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의 은신처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또 박씨가 경찰관 폭행에 가담하게 된 과정과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박씨는 7일 밤 9시10분쯤 혜화경찰서 정보과 박모(36) 경사에 대한 집단폭행 사건에 가담하고, 박 경사의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앗아 신용카드로 15만4000원짜리 점퍼와 담배 한 보루를 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용카드가 사용된 마트의 CCTV를 분석해 박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추적해 왔다.

경찰은 박씨가 여러 차례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주변인 진술 등으로 미뤄 박씨가 ‘전문 시위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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