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극제 리뷰]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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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세계연극제의 공식초청작으로 국내 첫선을 보인 마기 마랭무용단의 '바테르조이' '메이 B'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는 '대체로 무용은 어렵다' 는 통념을 깬 괘거였다.

다소 관념적.철학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러우면서도 일상적인 쉬운 동작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이끌어 냈다.

음악에 있어서의 악기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리의 친근한 만남과 치밀한 무대 구성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안내한' 안무력은 이 두 작품의 성공을 충분히 담보하고도 남았다.

두말없이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이틀간 먼저 공연된 마랭의 '바테르조이' (80분) 는 인간의 삶을 주제로 했다.

삶의 부분을 이루는 감정, 즉 불안.기쁨.슬픔.자각.분노.사랑.증오.우정등을 해설자의 입으로 설명하면서, 그 한 부분 부분들의 사건을 사실적 행동으로 드러낸 상상력은 정말로 놀라웠다.

작은 북.실로폰.트라이앵글등 수종의 악기를 위해 작곡된 테니스 마리오트의 음악은 무용수들에 의해 직접 연주되면서 복합적인 소리의 만남을 일뤄내 강력한 이미지의 상승효과를 고조시켰다.

특히 감정의 기복을 드러냄에 있어서 이런 효과는 주효했다.

구획되어진 공간속에서의 자로 잰듯한 철저한 공간이동, 음악적 리듬과 신체표현, 조명의 사용등 무대 구성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무대속으로 빨려드는 '신비한 체험' 을 할 수 있었다.

'메이 B' (90분) 는 고독하고 부조리한 인간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랭은 에겐쉴러, 브로겔의 그림에서 빌어온 그로테스크한 인간의 모습과 동작을 슈베르트의 '소녀의 죽음' 에서의 음악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의 연극성과 절묘히 결합시켜 내는 재주를 과시했다.

무용의 신체미학적 측면이 중심을 이루면서도 우리들의 숨겨진 여러 행동을 잘 표현해 냈다.

작품 저변에 깔린 진지함, 시종일관 효과적으로 활용된 인간의 내면적 다양한 소리, 신체 부딪힘이 빚어내는 음악성, 이 모두가 마랭의 지휘에 따라 오케스트라처럼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훌륭한 무용언어를 창조했다.

마기 마랭은 무용에서의 인공적 음악성보다는 신체를 통한 음악사용을 흠씬 강조했다.

움직임의 미학과 극적인 요소들을 혼합하여 현대인의 생활세계에 심각하게 처해있는 부조리.근원적 고독.단절감.감정적 소통의 불가능을 무용으로 승화시켜 놓았다고 할까. 이 때문인지 쉽고 반복적인 동작과 음악 때문에 간혹 지루하다고 생각되어 지기도 했다.

표원섭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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