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점 안보이는 EBS 장기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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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달 28일 시작된 EBS 파업이 두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파업의 장기화에 따라 지상 방송의 경우 교재가 있는 프로그램과 협찬 프로그램을 우선 제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고 3년전 제작된 프로그램까지 재방송해가면서 편성을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외주제작이 80%를 차지하는 위성교육방송은 아직까지 별 차질이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 역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같은 파업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1일 시작한 위성교육방송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것은 그 근저에 EBS의 골깊은 문제들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EBS의 문제는 크게 인력.돈.시설등 세가지다.

90년 방송시작 이래 방송시간은 8시간30분에서 12시간30분으로 늘어난데다 위성 2개채널까지 떠맡게 됐지만 인력충원은 위성채널의 최소 필요인원인 34명뿐이었다.

이로 인한 업무과중과 낮은 임금외에도 본원.별관.교총회관으로 분산되어 있는 사무실, 1인당 0.5평도 안되는 열악한 사무공간, 부족한 제작비 및 제작시설등은 이제까지 한두번 이야기된 것이 아니고 또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다.

결국 이같은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않은채 무리하게 위성방송을 시작한 것은 방송의 질을 낮추고 노조원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문제들이 90년부터 계속 지적된 문제들인데다 이번 파업도 91년과 94년에 이은 세번째 장기파업이라 관계부처는 물론 국민들까지 '또냐?' 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파업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책임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EBS노조는 이번 파업을 EBS의 사활을 건 마지막 파업으로 인식하고 지난주부터 대국민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EBS사태를 각 당의 공약사업으로 이슈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김병수 노조 대외홍보팀장은 "이번 파업은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어보겠다는 우리의 사명이자 최소한의 삶의 절규인만큼 돈 몇 푼 더 받는다고 쉽게 파업을 끝내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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