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M&A비상…대우·선경등 계열사 지분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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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업사냥' 에 대한 불안감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번지면서 대우.선경등 국내 굴지의 재벌들까지 계열사 지분을 강화하는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등 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 (M&A)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어서 대기업그룹들도 M&A 공세에 더 이상 '안전지대' 로 남기 어렵게 됐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그룹은 대우재단 명의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초까지 대우증권 주식 21만1천9백1주를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16.84%에서 17.27%로 높였다.

대우 관계자는 "지난 5월 외국인한도확대 이후 외국인들이 대우증권주를 대량 매집해 주가가 두배로 뛰면서 외국인에 의한 M&A 소문이 나돌았다" 면서 "지분강화는 이러한 배경과 관련이 있다" 고 말했다.

선경그룹도 ㈜선경의 유공지분 37만5천주를 이달초 계열사인 SKC에 넘겼다.

유공 관계자는 "M&A 가능성에 대비해 선경의 유공지분을 더욱 분산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선경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선경은 주력사인 유공의 그룹지분 17.97%중 대부분인 14.3%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선경의 자본규모가 1천2백여억원에 불과해 외부세력의 M&A 공격 가능성이 우려돼왔었다.

30대그룹중 금호.동국제강그룹도 최근 경영권지분 강화를 위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구조에 손질을 가했다.

금호케미컬의 최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금호케미컬 주식 17만3천1백9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26.68%에서 29.01%로 높였다.

동국제강도 중앙종금 주식 33만4백90주를 지난달 사들여 지분율을 33.69%에서 36.93%로 높였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물량 하한선인 '50%+1주' 가 낮춰지고, 국내 M&A 시장도 조만간 외국인에게 개방될 예정이어서 재벌그룹들의 지분강화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것같다" 고 전망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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