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미달 꼴찌 지방고 … 교사 팀워크로 확 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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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명 등 올 80%가 대입 합격

145명 모집정원에 지원자는 100명 남짓. 그나마도 인근 수원 지역 중학교에서 인문계 고교 진학이 힘든 학생 10~15명 정도가 포함된 숫자다. 4개 반을 만들어야 하지만, 정원미달로 학년당 3개 반밖에 운영할 수 없었다.

“이 지역에서 중학교 때 웬만큼 공부한다 싶은 아이들은 거의 다 외지로 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학교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위축됐어요.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었죠.” 이 학교에서 25년 넘게 재직한 최우인(51) 교감의 하소연이다.

학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교사 팀제’다. 화성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들(교감 포함 6명)로 하여금 신입생 때부터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학습 및 생활관리에 나서도록 했다. 올해 졸업생이 입학했던 2006년 처음 도입했다. 교사들은 매달 실시하는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학생 개개인의 취약 분야와 성적 하락 이유를 분석한 후 성취목표와 지도방향을 설정한다. 박영관(49) 3학년 부장은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은 가정방문을 통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상세히 가려낸다”고 말했다.

여러 과목 선생님들이 팀을 짜 생활지도를 하다 보니 과목마다 어떤 부분을,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다. 올해 한양대 관광학과에 입학한 박상윤(19)군은 입학 당시 4등급이었던 수리영역 성적이 2등급까지 올랐다. 3등급이었던 영어는 실제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다. 박군은 “오후 11시 넘게까지 취약한 과목의 담당 선생님이 옆에서 기본개념부터 문제풀이 요령까지 알려주셔서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과반을 대체한 ‘주말 수업’

올해 졸업생 중 자연계를 지원한 학생은 7명뿐이었다. 따로 한 반을 만들기엔 수학·과학 교사가 부족했다. 저녁식사 후 이어지는 특기·적성 시간(오후 7시30분~9시30분)과 주말 수업(토·일 오전 8시~오후 6시)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규모가 큰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대로 과학 선택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겠지만, 저희 학교는 그럴 만한 상황이 못 돼요.”

이 학교 자연계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과학 선택과목은 화학Ⅱ와 생물Ⅱ 등 단 두 과목. 다른 과목은 담당교사가 없었기 때문에 수업진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것도 지난해 생물Ⅱ 담당 이지선(27) 교사가 부임하기 전까지는 생물도 수원 시내에서 퇴직교사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대 1명, 연세대 1명, 한양대 1명 등 자연계 7명이 모두 수도권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끈기’와 ‘오기’ 때문이었다.

이교승(50·화학) 연구부장은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입시성적도 안 좋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며 “나를 비롯한 자연계 담당 교사들과 학생들이 주말을 반납할 수 있었던 건 ‘우리도 한번 해내자’는 공통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과 이지선 교사는 매 주말 학교에 나왔고, 학생들을 위한 교재도 직접 개발했다.

수준별로 달리 편성되는 ‘1년 스케줄표’

송산고는 학년별로 상·중·하위권으로 나눠 새 학년 첫날 1년 스케줄표를 배부한다. 스케줄표는 ‘분기별→월단위→세부계획→특기사항’으로 세분된다. 상위권은 4월이 되면 ‘새벽 2시 취침’을 의무화하고, 중위권은 ‘1시30분 취침’, 하위권은 ‘영어듣기 1시간 필수’가 중점 과제가 된다. 서울대 합격생 강선아(19)양은 “수험생활 중 가장 중요한 건 긴장을 놓지 않는 일”이라며 “선생님들이 짜준 1년 스케줄표를 통해 ‘내가 이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 좀 더 타이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규수업 후인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에서도 반을 구분해 다른 교재, 다른 내용으로 수업한다. 최 교감은 “수월성 교육은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심화학습을 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상위권 반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면서 학생들의 성적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대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좀 더 많은 상담시간을 할애한다. 박 부장은 “중·하위권 학생들은 생활지도만 잘해도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며 “상담을 통해 학생들에게 많은 격려를 해줬던 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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