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정석' 없는 현대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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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1보 (1~17)]
黑.조한승 7단 白.안조영 8단

바둑의 수가 진보한다. 자꾸만 어려워진다.'한국류'라 불리는 실전 바둑은 고전적인 규범이나 금기를 모조리 파괴했다. 바둑판은 이래서 난세다.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여기는 이 수뿐"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3연승의 안조영8단. 그는 '반집의 승부사'로 불린다.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난세를 응시하며 수도사처럼 스스로를 갈고닦는다. 이창호9단과의 두번에 걸친 정상대결에서 패배한 뒤 한발 물러선 채 3년여를 기다렸다. 이번 왕위전에서 다시 기회가 올 것인가.

2승1패의 조한승7단. 그는 화려함과 늘씬한 외모를 지닌 바둑판의 '귀족'이다. 최고의 감각을 지녔지만 척박한 불모지에서도 살아남는 악착같고 질긴 생명력은 부족해 보인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 역시 지난해 이창호와의 두번의 결승전에서 패배했다.

왕위는 이창호. 그를 향한 레이스에서 지금 선두를 달리는 사람은 4연승의 이세돌9단이다. 안조영.조한승, 그리고 이세돌이 각축하는 듯 보이지만 김주호가 있고 조훈현9단도 아직 살아있다. 5월 24일 안조영과 조한승이 마주앉았다. 조7단의 흑3의 외목에 대응하는 8의 특이한 갈라침에서 안8단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12로 먼저 붙이고 14로 또 붙인 수도 난해함의 극치다. 이 대목은 수십가지의 변화가 있다. 우선 흑이 '참고도' 1로 젖히면 백은 2로 막아두고 A와 B를 엿보게 된다. 조7단의 15,17은 간명한 수법으로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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