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음악…백악관과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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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시절 필라델피아에 있던 대통령 관저에는 그때만 해도 희귀한 악기였던 하프시코드가 있었다.

이 악기는 외부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해야 하는 퍼스트 레이디에게 매우 좋은 친구였다.

워싱턴 백악관에 맨 처음 입주한 대통령은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스 제퍼슨. 1801년 신년축하 리셉션에서 미 해병대 군악대가 왈츠와 폴카를 연주한 것이 '백악관 신년음악회' 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미 해병대 군악대는 백악관의 단골손님이다.

존 타일러 대통령은 백악관에 수준급 악기를 갖춰놓고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에아르트 레메니를 시작으로 정상급 연주자 초청 음악회를 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 때는 경제공황의 여파로 '세일즈맨의 죽음' '포기와 베스' 등 가난과 실업을 풍자한 뮤지컬이 백악관 무대에 올랐다.

민주당 출신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 축하공연때 노래를 불러준 프랭크 시내트라를 자주 불러들여 그의 노래를 들었다.

시내트라는 닉슨.레이건으로 이어지는 공화당 정부의 지지자였다.

케네디 재임시절부터 젊은 신예 연주자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62년 당시 20세의 한국 출신 피아니스트 한동일이 스카를라티.쇼팽.리스트를 연주했다.

한동일 외에 백악관 음악회에 출연한 한국출신 음악가로는 정트리오 (정명화.정경화.정명훈) 과 첼리스트 박상민이 있다.

닉슨 대통령은 어릴 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운 열렬한 음악애호가였다.

그는 백악관 내에 2천여장의 음반과 첨단 오디오 시설을 갖춘 레코드 라이브러리를 마련해 놓고 틈만 나면 음악감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씻곤 했다.

닉슨 시절 백악관 음악회의 레퍼토리는 매우 다양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보브 호프.존 웨인등이 백악관에 입성, 월남전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에 출연했다.

카터는 백악관 이스트룸에 상설공연장을 마련, 매주 일요일 오후 PBS - TV를 통해 미국과 유럽 전역에 5시간에 걸친 공연실황을 중계했다.

카터는 또 뉴포트 재즈페스티벌 25주년 기념으로 78년 백악관 뜰 야외무대에서 백악관 콘서트를 열었다.

레이건은 할리우드 배우 출신답게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프랭크 시내트라.페리 코모 등이 초청을 받았다.

아세니오홀 쇼에 출연, 색소폰을 직접 연주한 빌 클린턴은 전직이 헛갈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손색없는 연주솜씨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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