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이 만물상…컴퓨터·음반에 주식까지 온라인 중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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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회사원 김국홍씨 (31.서울 서초동) 는 요즘 PC통신의 '중고시장' 을 뒤지는 것이 취미처럼 됐다.

필요한 물건을 아주 싼 값에 건지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천리안 '알뜰시장' 에서 삼성 펜티엄급 노트북 센스500 모델을 1백40만원에 구입했다.

옆자리 동료가 지난 5월 2백50만원을 주고 산 것과 똑같은 것으로, 전 주인이 포장박스까지 그대로 갖고있어 새것과 다름없는 물건을 거의 반 값에 살 수 있었다.

또 유니텔 게시판의 '그냥 드립니다' 를 뒤져 이민가는 사람으로부터 귀여운 마르티스 강아지를 공짜로 얻어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의 소원 (?) 도 풀어줬다.

PC통신이 거대한 중고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주 고객이 청장년층이지만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주부들도 활발하게 이에 참여, 이용자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천리안.하이텔.유니텔.나우누리등 4대통신 알뜰시장에는 20만~30만건의 중고품이 매물로 나와 소리없는 거래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천리안 알뜰시장의 경우 컴퓨터만 7천2백여건, 자동차및 관련부품 7천6백여건, 전자제품과 사무기기 2천5백여건등 모두 3만5천여건이 올라와 있다.

또 중고품을 사겠다는 경우도 1만6천여건이 게재돼 있다.

나우누리의 나우장터는 '팝니다' 에 올라온 물건이 5만1천여개, '삽니다' 에 나온 물건은 무려 3만8천여개나 쌓여 있다.

PC통신 온라인 장터에 나온 중고품은 크게 컴퓨터 관련 제품과 음반.서적.출판.부동산.생활용품등으로 이뤄져 있다.

아무래도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주대상인지라 컴퓨터 관련제품과 CD.비디오테이프 등이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가구.운동기구.청바지.트럼펫등 악기는 물론 기르던 애완견이나 고양이.알낳는닭.햄스터까지 나와 있다.

또 항공권이나 기차표.주식.상품권.주택에서 번역사시험 교재등 없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물상이다.

공짜 물건도 적지 않다.

유니텔과 천리안등에는 팔기는 마땅찮고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을 대상으로 한 '그냥 드립니다' 코너가 있는데, 르망자동차를 비롯해 책상.강아지.물고기가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사용했던 목발등 수백건이 나와있다.

통신시장에는 또 물물교환장터도 있고 지역벼룩시장도 안내하고 있다.

중고 알뜰시장 거래는 대부분 물건을 내놓으면서 함께 적어놓은 전화나 호출기 번호등을 통해 접촉한후 직접 만나 물건을 보고 사고파는 수순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간혹 이 채널을 이용한 전문사기꾼이나 장사꾼들에 의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리안의 '매매 그이후 얘기' 코너에는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생긴 불만이나 사기를 당한 경우.에피소드등이 3백건 이상 소개돼 있다.

한 통신회사 관계자는 "물건을 사고 팔 경우 반드시 상대방 신분과 전화번호등을 챙기고,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한 후 사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고 충고했다.

또 ▶먼저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기보다 물건과 돈을 맞바꾸는 방법을 택하고 ▶밤보다는 낮에 만나 밝은 곳에서 물건을 확인하며 ▶계약금을 받았다가 계약금의 몇배를 위약금으로 무는 경우도 있으므로 함부로 계약금을 받지말것등을 조언했다.

특히 "싸다고 쉽게 계약부터 하지말고 제품번호등을 알아 신품가격을 확인한후 가격을 조정하고, 특히 고가의 자동차나 컴퓨터,가전제품은 물건에 대해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을 동행하도록 할 것" 등을 충고하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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