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6년제? 취업난 심해져 졸업 늦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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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서모(24·여)씨는 당초 올 2월로 예정됐던 졸업을 미뤘다. 졸업 전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학기를 휴학했다. 서씨는 지난 학기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충분히 딸 수 있었는데도 일부 과목에서 일부러 ‘F’ 학점을 받았다. 서씨는 “취업 정보를 일찍 얻을 수 있고 친구나 후배들과 함께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취업난으로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이 늘면서 ‘4년제 대학’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올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1161명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입학부터 졸업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6년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1999년 졸업자를 상대로 한 같은 조사에서 5년7개월이었던 데 비해 5개월이 늘어났다.

남학생의 재학 기간이 더 길어졌다. 99년엔 평균 6년4개월이었는데 올해는 평균 7년으로 8개월이 증가했다. 여학생은 10년 전 4년4개월에서 3개월 늘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학교에 적을 둔 졸업 예정자 신분이 취업 준비에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대표는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않고 졸업만 늦추는 것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적성을 빨리 파악한 뒤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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